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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종갈등 격화 … 제2 LA폭동 일어날 수도

장태한 UC 리버사이드 교수는 “한인·흑인 갈등은 편견이 원인이다. 흑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1992년 4월 29일 오후 6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의 한 음식점.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UC 리버사이드)의 장태한(58) 교수는 재미동포인 엔젤라 오 변호사와 함께 유대계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인·흑인 인종갈등에 대한 강연 중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총성과 함께 비명이 들렸다. 사달이 난 걸 직감한 장 교수는 강연을 멈추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55명이 죽고 2383명이 다쳤던 LA 폭동의 시작이었다.

 지난달 학술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장 교수는 “지금도 그때를 못 잊는다”고 회상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UC 버클리)에서 한·흑 갈등 연구로 소수인종학 박사학위를 받았던 그에게 당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장 교수는 “나도 한인들이 그렇게 큰 피해를 입을 줄 예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너무 몰랐던 탓”이라며 “흑인들과 정서적으로 통하고 역사적 경험도 비슷한데도 흑인들을 그냥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동 후 한인들이 흑인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한인 상인들이 흑인상권에서 많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한인들이 또 다른 인종폭동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8월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 10대 소년이 사망한 뒤 미국 내 인종갈등이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흑인 사회의 취업난·공교육 붕괴가 근본적 원인”이라면서도 “미국 경찰이 인종갈등의 도화선을 제공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인 경찰은 흑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 흑인 지역을 순찰할 때 일단 겁을 먹기 때문에 사소한 반응에도 과도한 대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가 인종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5년 미 육군에 입대하면서다. 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간 그에게 군입대는 영어를 배우며 대학 학비를 마련할 기회였다. 장 교수는 “우리 부대는 독일에 주둔했는데 나 혼자만 아시아계였다”며 “부대 안에서 백인과 흑인은 인종별로 나뉘어 서로 교류가 전혀 없었다. 사병 클럽도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저럴까’ 늘 궁금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이 줄면서 재미동포 수가 줄어드는 반면 유학생·주재원 등 체류자가 많아졌다”면서 “한인 내 두 집단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계처럼 힘을 합해야 한다. 또 그들처럼 미국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바람이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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