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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김형오 부산대 석좌교수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 윤동주(1917~45) ‘별 헤는 밤’ 중에서



정치인 된 뒤 차마 ‘서시’ 못 읊어

‘별 헤는 밤’으로 부끄럼 잊는다




국민 애송시인 이 시를 나는 그저 읊조린다. 수십 수백 번 읊다보니 머릿속에 고스란히 입력돼버렸다. 어느 날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읊조린다. 남들은 외우기엔 긴 시라지만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드는 시다. 위에 적은 부분과 마지막 연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가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도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다.



 고등학생 때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좋아했다. 이 짧은 시를 읊으면 그리도 심장이 뛰고 주먹이 쥐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로 언제부터인가 감히 ‘서시’를 말하지 못하게 됐다. 시작 부분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 나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럼을 모른다는 것, 때론 애써 부끄럼을 잊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그래서 ‘별 헤는 밤’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연, 시인은 무덤 위 잔디와 언덕 위 풀이 무성한 봄날을 기다린다. 무슨 해석이 필요하랴. 거창한 나무도 화려한 꽃도 아니다. 풀과 잔디다. 정치인이나 운동권이 곧잘 이용해먹어도 말이 없는 민중, 민초다. 시인은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이들과 함께 해방된 조국을 꿈꾸고 있다. 별빛 같은 시심(詩心)이 이 가을 밤, 겸손하고 정직하게 내 영혼을 흔들며 다가온다.



김형오 부산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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