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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한국, 히든 챔피언 원하면 장인을 대접하라"

세계경영연구원(IGM)이 운영하는 톱 CEO들의 연구모임인 MMP와 대담을 가진 헤르만 지몬은 “전문성과 글로벌화가 히든 챔피언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와 러시아 등과의 갈등으로 수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중심으로 짜여진 독일 경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독일의 탄탄한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지켜낸 ‘히든 챔피언’의 활약이 그렇다. 2000년대 들어 숱한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쳤지만 세계적으로 독일만 나 홀로 승승장구한 밑바탕에는 ‘히든 챔피언’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히든 챔피언은 피터 드러커 이후 최고의 경영학 대가로 꼽히는 독일의 헤르만 지몬(67) 지몬-쿠허&파트너스 창립자가 만든 말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글로벌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중견·중소기업을 뜻한다.

‘히든 챔피언’ 개념 만든 지몬 박사
세계경영연구원(IGM)과 대담



  지몬이 지난 주말 독일 본에 있는 지몬-쿠허&파트너스 본사에서 세계경영연구원(IGM) MMP(Masterpieces on Management Program) 회원들과 대담을 가졌다. 그는 “잘 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집중해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게 히든 챔피언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히든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내수와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담에는 국내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지몬은 먼저 “독일의 지난 10년간 국민 1인당 수출액은 15만3936 달러로, 2위의 수출액보다 두 배가량 많은 압도적인 1위”라며 “이는 대기업이 많아서가 아니라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 비중의 약 70%를 차지한다.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히든 챔피언 수는 총 2734개로, 이 가운데 독일이 1307개로 가장 많다. 그 뒤로 미국(366개)·일본(220개)·오스트리아(116개) 순이다. 한국은 23개로 13위다. 지몬은 히든 챔피언의 성공요인으로 ▶원대한 목표 설정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력과 전문성 ▶글로벌에 초점을 맞춘 경영·마케팅 ▶혁신을 위한 노력 ▶CEO의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 등을 꼽았다. 그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다 보면 시장이 작아질 수 있지만, 히든 챔피언은 이러한 약점을 글로벌화를 통한 매출 증대로 보완했다”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경쟁우위를 지켜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EO들에게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서는 권위적이지만, 실행과정에서는 담당자에게 권한을 주는 유연함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래야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생산성을 실현하는 고효율(High Qualification) 조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몬은 “독일 히든 챔피언의 이직률은 2.7%로, 미국(19%)은 물론 독일 평균(7.3%)보다 훨씬 낮다”며 “이는 직원들이 자신이 창출한 고부가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그 일이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 기업은 고효율 조직으로 바뀌며 고객도 몰려들 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CEO들에게 핵심 역량을 벗어난 다각화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자칫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지몬은 한국에 애정 어린 쓴소리도 했다. 그는 “80%에 이르는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아무리 좋게 봐도 과잉이고,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유독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도 문제”라며 “독일에선 중견·중소기업의 기술 명장(名匠)이 대졸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히든 챔피언을 키우려면 이처럼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한 장인들이 더 존경받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몬은 또 “지금이야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특정 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몇몇 대기업이 무너질 경우 경제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보다 성숙한 시장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지구촌 모든 곳에서 글로벌화가 완성된 ‘글로벌리아’(Globalia)라는 미래가 곧 도래한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1인당 수출규모는 1980년 437달러, 2000년 985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634달러로 급증했다. 무선 통신망의 발달로 아프리카·아시아의 낙후지역에도 인터넷·휴대전화가 확산하며 다양한 전자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히든 챔피언이 활약할 무대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견·중소기업은 수출과 생산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의 실업문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독일과 역사·문화가 다른 나라에 히든 챔피언 모델을 100% 옮기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경영 노하우라든지 가치체계, 직업훈련 시스템같은 기본 원리는 국가·산업과 무관하게 이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복 차려 입은 지몬

“황창규·조준희가 절친”




헤르만 지몬은 세계경영연구원(IGM)이 주최한 최고경영자들과의 대담에서 부인·손자와 함께 한복을 차려 입고 찍은 사진을 공개할 정도로 남다른 한국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데, 가장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높은 지사 두 곳이 독일과 한국이라고 하더라”며 “두 나라는 분단과 경제성장의 역사를 공유해서 그런지, 한국에는 뜻이 통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그가 꼽는 한국인 ‘절친’들이다. [사진=헤르만 지몬]



지몬의 말말말



독일 1인당 수출 15만 달러로 1위

그 중 히든 챔피언이 70%나 차지



특정분야에 집중, 전문성 키워라

시장 축소 우려 글로벌화로 보완



CEO, 기본 원칙 흔들림 없어야

실행 과정선 담당자에 권한 주길



핵심 역량 벗어난 다각화 피하라

여러 분야 경쟁은 죽도 밥도 안 돼



한국 젊은이들 대기업만 선호

대학진학률 80% 어떻게 봐도 과잉



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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