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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스릴러의 최전선에 복귀하다





[매거진M] ‘노벰버 맨’ 피어스 브로스넌





‘노벰버 맨’은 피어스 브로스넌(61)의 새로운 코드네임이다. 이미 코드네임 ‘007’, 스파이의 대명사로 꼽히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그다. 티모시 달튼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리즈 17편 ‘007 골든아이’(1995, 마틴 캠벨 감독)부터 20편 ‘007 어나더데이’(2002, 리 타마호리 감독)까지 네 편에서 활약했다. 이런 그가 20여 년 만에 새로운 첩보물 ‘노벰버 맨’(원제 The November Man, 10월 16일 개봉, 로저 도널드슨 감독)으로 돌아온 건 좀 뜻밖이었다. 5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하던 시절만 해도 40대였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얼굴과 늘씬한 체격은 목숨을 건 첩보전과 뜨거운 로맨스를 고루 즐기는 제임스 본드로서 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갑을 넘긴 나이다. 얼굴에서도 섹시함보다는 중후한 카리스마가 먼저 느껴진다.



동시에 바로 그런 이유로, ‘노벰버 맨’의 피터 데버로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첩보물 복귀에 최적인 역할이다. ‘노벰버 맨’이라는 코드네임은 이 남자의 전성기를 짐작하게 한다. 직역하면 ‘11월의 남자’. 그가 휩쓸고 간 현장에는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의 황량한 풍경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은퇴해 과거를 잊고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며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그런데 현재 CIA를 이끌고 있는 옛 동료가 찾아와 비밀 임무를 제안한다. 러시아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 첩자로 붙여둔 요원을 구출하라는 것. 데버로는 한때 연인이었던 이 요원을 위해 임무를 받아들이지만 그녀는 작전 도중 살해당한다. 저격범은 현직 CIA요원이자 데버로의 제자였던 데이비드 메이슨(루크 브레이시)이다.



이쯤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가 처한 상황은 꽤 복잡하다. 그 역시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브로스넌은 데버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베테랑 요원으로 교육받은 지적인 사람인 동시에 숙련된 킬러다. 여러 사람을 살해하며 살았다는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은퇴 요원 피터 데버로의 과거도 젊은 시절 브로스넌이 연기했던 007 못지않았을 터. 그리고 브로스넌이 연기하는 데버로에게는 007에게 없었던 불안과 갈등이 뚜렷하다. 이런 데버로의 내면은 한때 제자처럼 가르쳤던 저격범 메이슨을 협박하기 위해 그의 애인을 인질로 삼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여자의 목에 칼을 겨누며 데버로는 아직 한창 젊은 요원 메이슨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두려움을 생각해봤느냐고.



피어스 브로스넌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첩보 액션의 최전선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연배인 리암 니슨과 비교되기 십상이다. 한데 두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테이큰’ 시리즈(2008~ )의 니슨이 딸을 구하고 가족 전체를 구출하는 목표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다면, ‘노벰버 맨’의 브로스넌은 도대체 누가 진짜 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액션 역시 다르다. 니슨이 말 그대로 온몸을 던지는 거칠고 박력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면, 브로스넌은 훨씬 간결한 동선과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깔끔하고 이지적인 그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이 영리한 액션은 특히 세르비아의 좁은 시장 골목이나 공업용 창고 등에서 가스통·호스 같은 사물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할 때 빛을 발한다.



데버로에게도, 브로스넌에게도 과거에 없던 자산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베테랑의 노련함이다. 데버로와 메이슨, 노련한 전직 요원과 패기 넘치는 현역 요원의 한판 승부는 이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다. 피어스넌은 “60대 배우들에게는 익숙함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암 니슨에 대해서도 호감을 표했다. “큰 체격과 좋은 목소리 등 액션 배우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그처럼 액션에 적합한 배우의 액션 연기를 볼 때 편안함을 느낀다.” 브로스넌은 빌 그랜저의 소설 『데얼 이즈 낫 스파이』를 원작 삼은 이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사람들은 스파이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인간애 같은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면서도 약간의 폭력과 자동차 추격신이 가미되면 더 흥미를 끌 수 있다. 재미있고 의미도 담긴 시나리오가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노벰버 맨’으로 그는 멋지게 액션 스릴러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큰 아픔도 겪었다. 촬영이 한창이던 2013년 6월, 큰딸 샬롯 브로스넌이 41세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병명은 난소암. 브로스넌의 첫 번째 아내이자 샬롯의 어머니인 카산드라 해리스 역시 난소암으로 1991년에 세상을 떴다. 주변에는 브로스넌이 과연 이 충격을 이겨내고 촬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소속사는 ‘노벰버 맨’ 촬영을 그만두라고 말렸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더 어깨를 펴고 촬영에 임했다.” 그의 차기작은 로맨틱 코미디다. ‘하우 투 메이크 러브 라이크 언 잉글리쉬 맨’(How to Make Love Like an Englishman)에서 낭만적인 문학 교수로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글=김나현 매거진M 기자

사진=코리아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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