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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우주 '타임캡슐' 향한 여정

‘더러운 눈덩이(Dirty Snowball)’. 195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은 혜성에 이런 별명을 붙였다. 혜성의 핵이 얼음과 암석, 먼지 입자로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그 ‘더러운 눈덩이’의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태어나 진화해 온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름 뒤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사상 처음으로 혜성 착륙을 시도한다. 과연 인류는 ‘태양계 타임캡슐’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잠자는 (숲 속의) 미녀(Sleeping Beauty)가 깨어났다.”

 지난 1월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관제센터에 환호성이 울렸다.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동면에서 깨어나 지구로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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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제타는 2004년에 발사됐다.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를 탐사하는 임무를 띠고서다. 혜성과 만나는 시점은 10년 뒤, 비행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42배가 넘는 약 64억㎞로 예상됐다. 로제타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2011년 통신장치 등 대부분의 장비 전원을 껐다. 그리고 31개월 뒤 ‘알람 시계’에 맞춰 정확히 활동을 재개했다.

 로제타는 이후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8월 혜성 궤도에 진입했고 이후 3개월간 혜성 주변을 돌며 착륙지를 물색했다. 그리고 다음달 12일 오후 4시35분(한국시간 기준) 혜성 중심부로부터 22.5㎞ 떨어진 상공에서 착륙선 파일리(Philae)를 내려보낼 예정이다. 착륙 성공 여부는 약 7시간 뒤인 이날 자정쯤 확인될 예정이다. 2005년 미국 탐사선 ‘딥 임팩트’가 템펠1 혜성을 대상으로 충돌 시험을 한 적은 있지만, 탐사선이 직접 혜성 표면에 내려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혜성은 태양계가 생길 때 만들어진 원시 물질을 거의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태양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중 성운(星雲)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 은하에 있던 먼지·가스 구름이 수축하며 중심부의 온도와 밀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핵융합 반응으로 태양과 행성·소행성·혜성 등의 천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46억 년 동안 태양계는 진화를 거듭했다. 덩치가 큰 행성은 내부의 압력과 온도가 높아 화학성분이 많이 달라졌다 . 혜성이 태초의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크기가 작아 이런 변형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의 최영준 박사는 “소행성도 크기가 작긴 하지만 태양과 가까워(화성~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 휘발성 가스가 날아가 버린 경우가 많다”며 “혜성이 훨씬 더 많은 태양계 초기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혜성은 해왕성 밖 카이퍼 벨트·오르트 구름에 있던 천체가 어떤 계기로 태양계 안쪽으로 끌려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를 그리며 돌지만 소행성에 비해 태양의 영향을 받는 기간이 훨씬 짧다.

 로제타의 착륙선 파일리는 혜성에 안착하면 드릴로 표면에 30㎝ 깊이의 구멍을 뚫을 계획이다. 토양의 화학성분을 분석하고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게 된다. 또 혜성이 태양 주위를 돌아 다시 목성을 향하는 약 1년의 여정을 함께하며 혜성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기록한다. 혜성의 아름다운 꼬리는 핵을 둘러싼 코마(Coma)의 먼지·가스가 태양빛과 입자에 의해 뒤로 길게 늘어지며 생긴다. 과학자들은 로제타와 파일리가 그 장엄한 모습을 현장에서 생생히 ‘중계방송’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관건은 안전하게 혜성에 착륙할 수 있느냐다.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는 지름 4㎞ 정도에 불과하다. 돌덩이 두 개가 가는 목으로 연결돼 꼭 장난감 고무 오리처럼 보인다. 로제타는 그중 더 작은 머리 쪽에 있는 ‘J’라고 명명된 지점을 착륙지로 골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광혁 달탐사연구실장은 “워낙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다 보니 기존 화성 착륙선 등에 비해 착륙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었다”며 “정밀한 착륙 제어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한 번 실패하면 재도전이 힘든 구조”라며 “첫 시도 때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크기가 작은 만큼 중력이 지구의 10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도 부담이다. 착륙할 때 반발력으로 착륙선이 다시 우주로 튕겨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ESA는 “착륙할 때 작살형 기구를 표면에 박아 튕겨 나가는 것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공 여부는 정확히 보름 뒤 판가름 난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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