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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 넓혀주고 농산물 사주고 … "교도소는 마을의 자랑"

지난 17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시민체육대회에서 상주교도소 교도관들과 사벌면 주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여 이어달리기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시골 마을 주민들이 막 딴 배를 교도관에게 가져다준다. 집에서 쪄낸 김이 나는 고구마도 슬쩍 건넨다. “우리 동네에 와서 반갑다”며 돈을 거둬 20만원짜리 벽걸이 시계까지 선물한다. 혐오시설로 꼽히는 교도소를 “나가라”고 하지 않고 “동네 자랑거리”라며 반기는 시골 동네가 있다. 상주교도소가 있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얘기다.

우여곡절 끝 준공 상주교도소
봉사단 만들고 체육관 개방해
좋은 이웃사촌 되기 6개월
주민·교도관 “우린 형님 동생”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이곳 주민들 역시 다른 지역처럼 교도소를 혐오시설이라며 기피했다. 사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부는 사벌면에 교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교도소 예정 부지인 사벌면 엄암리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경운기를 몰고가 교도소 지을 땅을 보러 온 법무부 직원도 쫓아내고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교도소를 지을 수 없다’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결국 법무부는 엄암리 대신 사벌면 제일 구석인 목가리 매악산 아래로 장소를 바꿔 2010년 착공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 4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교도소가 준공돼 대구교도소 등의 수감자 200여 명이 옮겨왔다. 교도관 110여 명도 배치됐다.



 이후 교도관들은 “우리가 직접 나서 혐오시설이란 인식을 없애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당장 교도관 20여 명이 상주시로 주소를 옮겼다. 10명은 사벌면 주민이 됐다. 같은 동네 주민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또 법무부에 부탁해 11번 교도소를 개방한 뒤 주민들을 초청했다. 교도관 95명은 ‘달팽이 봉사단’도 만들었다. 이름도 상주시가 ‘슬로우시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데 착안해 지었다. 틈틈이 배밭에 나가 일손을 돕고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성금도 거뒀다. 이를 위해 매달 5000원씩 월급에서 떼어 모으고 있다. 30대 교도관 8명은 사벌면 주민대표를 자청해 마을 대항 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교도소도 주민 끌어안기에 나섰다. 교도소로 들어오는 상수도관부터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마을 주변 좁은 농로는 2차선 도로로 새로 포장했다. 매달 1억원어치의 교도소 부식도 전량 상주시에서 구입하고 교도소 내 체육관도 개방했다.



 이러길 6개월. 이젠 경운기를 몰고 지나가는 주민이 교도관에게 “어이,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주민 안태영(58)씨는 “교도소가 마을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반겼다. 교도소를 반대했던 엄암리 주민 피재호(58)씨는 “반듯한 교도소를 보니 우리 마을에 들어왔으면 좋았겠다 싶다”고 했다.



 목가리 주민들도 교도소를 위해 선물을 준비 중이다. 교도소와 주민이 함께 쓸 공원이다. 교도소 인근 저수지 주변에 4억원을 들여 ‘연꽃공원’ 조성에 나섰다. 주민들이 직접 상주시에 요청해 예산도 받아냈다. 한상호(57) 상주교도소장은 “교도소가 하나의 동네 시설로 자리잡도록 한 게 화합의 근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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