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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소쿠리로 쌓은 탑, 빛을 뿜네

플라스틱 용기를 쌓아 올린 조각 ‘연금술’에 기댄 최정화(53). ‘빨리빨리, 빠글빠글, 색색’을 키워드로 삼아 짬뽕예술을 지향해 왔다. [사진 박여숙화랑]
“이제는 ‘일요 예술가’에서 ‘매일 예술가’입니다. 이제 예술을 해볼까요.”

 폐현수막·바가지·이태리타올·트로피·쿠킹호일 따위, 변두리에서 반짝반짝 뽀글뽀글거리던 것들을 시각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를 20여 년. 최정화(53)가 갤러리 흰 전시장에 내놓은 신작은 ‘관계항-대화’다. 나이테가 살아 있는 통나무판 위에 푸른색과 검은색 구형 덩어리가 덩그러니 마주 놓인 조각이다. 덩어리 하나는 샴페인병 40개를 부순 파편을 뭉쳐서, 다른 하나는 소주병 130개로 만들었다.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철판과 오랜 세월 자연 속에 있던 돌을 재료로 한 이우환(78)의 설치 ‘관계항’에 대한 최정화식의 발랄한 오마주다. “이것은 술병의 사리이며 묘비이고, 부활이며 재탄생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달 11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여는 그의 개인전 ‘타타타(Tathata):여여(如如)하다’의 대표작이다. ‘타타타’는 범어로 ‘여여하다, 그러하니 그러하다, 참되고 항상 그러하다’는 의미다. ‘관계항-대화’는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돔 페리뇽과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제프 쿤스, 데이비드 린치, 칼 라거펠트 등과 한정판을 만들거나 공동 디자인을 해 온 이 브랜드가 ‘싸구려 미학’의 좌장 최정화와 손잡았다. 샴페인 병으로, 혹은 형형색색 플라스틱 용기를 쌓아 만든 탑(‘연금술’)들은 전시장을 밝히는 조명등이 됐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기원을 담아 만드는 게 탑이다. 이것은 나의 원시 예술, 원시적 바로크다.”

 최정화는 홍익대 회화과 4학년 때 중앙미술대전 대상(1987)을 받을 정도로 그림을 곧잘 그렸다. 그러나 졸업 후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했고 이어 가슴시각개발연구소를 차렸다. 대학로 카페 ‘살’, 이태원 복합문화공간 ‘꿀’을 운영하면서 실내장식과 놀이문화, 영화의 미술 감독 등 전방위로 활약했다.

최근엔 노숙자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 앞에 빨간색·녹색 플라스틱 소쿠리로 7m 열주(列柱·줄지어 선 기둥)를 쌓았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옛 서울역사의 ‘최정화-총천연색’전의 화제작이다. 고속도로에 세워뒀던 실물 크기 경찰 인형,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비닐백으로 쌓아올린 탑, 어느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을 법한 로봇 장난감과 트로피 따위가 총동원돼 최정화식 싸구려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 이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엔 3만6000여 명이 다녀갔다.

 노숙자부터 샴페인 브랜드와의 협업까지-. 전방위 예술가 최정화의 발이 한층 넓어졌다.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산물인 조악한 공산품들을 통해 우리네 시각 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해 온 그다. 지난해 미술관 첫 개인전(대구미술관)에 이어 강남의 화랑에서 전시를 열며 ‘바깥 미술가’에서 ‘본격 예술가’로 주류 미술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월 12일까지. 02-549-7575.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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