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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사이버 검열 논란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10월 14일자 34면>
‘사이버 검열’ 논란, 법원이 중심 잡아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사이버 검열’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연일 관련 부처와 수사기관을 질타하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서비스업체를 실시간 감시한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면서 국내 메신저 이용자 150만 명이 보안성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외국 업체로 옮겨갔다. 일부 정치권은 한 술 더 떠 ‘신(新) 공안사태’로 규정하고 의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불법집회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이 압수수색을 당해 지인 3000명의 사생활이 노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때마침 대검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허위사실 유포와 모독에 대해 선제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패닉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의혹 제기만 있을 뿐 국내 인터넷업체의 보안성이 허술하거나 우리 정부가 국제 관행에서 벗어난 검열을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불안이 과도하게 확산된 것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형사행정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 크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수사에 필요하고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을 때 범위를 한정한 영장에 의해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받아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이런 기준이 엄격히 지켜진다. 하지만 사이버 수사에서는 아직 ‘포괄주의’가 지배한다. 수사기관은 인터넷업체에 “누구 이름으로 된 기록을 모두 제출하라”는 식으로 자료를 요구한다. 기록 종류나 기간을 엄밀하게 특정하지 않는다. 법원은 그런 영장을 기각하지 않고 관대하게 발부해 준다. 이런 허술한 관행이 ‘사이버 검열’ ‘신 공안사태’ 의혹의 토양이 된다.

 우선 수사기관이 영장 청구를 엄격히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법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수사 편의주의에서 인권을 지켜낼 책무가 사법부에 있다. 법원은 사이버 수사와 관련, 명확한 영장 발부 기준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 포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키워드 방식으로 특정 인물·사안의 정보만 제출받도록 수사기관을 유도해야 한다.

한겨레 <10월 15일자 31면>
오죽했으면 ‘감청영장 불응’까지 말했겠는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다음카카오가 13일 카카오톡 이용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신이 ‘사이버 망명’ 사태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회사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되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검열 논란에 안이하게 대응했던 다음카카오가 늦게라도 이번 사태의 의미와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다음카카오의 대응을 두고 “법 집행 거부”라는 비판도 있는 모양이다. 실상과 다른 주장이다. 대법원 판례는 감청을 과거의 대화 내용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대화·통신 내용을 몰래 듣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카톡은 전화와 달리 현재 기술로는 실시간 감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감청영장이 버젓이 집행됐던 것은, 회사 쪽이 감청영장을 거부하는 대신 압수수색영장을 받은 셈치고 서버에 보관된 3~5일씩의 대화 내용을 복사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검찰·법원·회사 모두 ‘관행에 따라’ 감청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고, 응해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은 법에 따른 정당한 입장 전달일 뿐, 공무집행 방해나 거부가 될 수 없다.

 따지자면 사태의 근본 책임은 무분별하게 사이버 검열을 시도한 검찰과 경찰에 있다. 수사기관들은 그동안 범죄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훨씬 넘는 광범위한 개인정보와 대화·통신 내용을 확보하려 들었다. 개인정보 보호나 인권 침해 위험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포털이나 통신사들도 10년 넘게 고분고분 알아서 정보 제공에 협조해왔다.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의 통신자료는 영장도 없이, 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는 그 건수가 5년 전의 두 배인 1000여만건이었다. 그렇게 쉽게 협조를 받아온 탓에 이번에도 검찰이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실시간 검열을 쉽게 꿈꿨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사이버상의 개인정보는 침해의 범위와 피해 규모가 오프라인의 경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수사를 핑계로 검열을 하려 든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수사기관부터 ‘투망식 사이버 수사’를 포기해야 한다. 다수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 따위를 함부로 들이대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며 수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원도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마구 뒤져볼 수 있게 영장을 발부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금융정보의 경우, 계좌추적 기법과 제도를 정비하면서 연결계좌까지 무한정 들여다볼 수 있었던 과거의 포괄적 영장 대신 압수수색의 대상과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 일건주의 영장으로 이미 바뀐 터다. 아울러 감청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등 허술한 법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다음카카오 등 포털과 통신사들도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보호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논리 vs 논리] “법원, 영장 발부 기준 명확해야” vs “통신사, 개인정보 지켜낼 의무”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오른쪽)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지난 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그보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버 상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메신저 대화내용을 한 달 분이나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정부가 ‘사이버 검열’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검열을 피해 해외에 서버가 있는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이버 검열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겨레와 중앙은 논란의 근본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겨레는 “사태의 근본책임은 무책임하게 사이버 검열을 시도한 검찰과 경찰에 있다”고 잘라 말한다. 중앙 또한 “불안이 과도하게 확산된 것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형사행정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 리 없는 법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그간의 잘못된 수사 관행 탓이 크다. 중앙은 사이버 수사에서의 ‘포괄주의’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기간과 정보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인터넷 업체에 폭넓게 요청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한겨레도 수사기관의 ‘투망식 사이버 수사’를 문제 삼으며, 법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한다. 지금의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감청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어야 할까? 한겨레는 “다수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 따위를 함부로 들이대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며 수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앙도 “포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키워드 방식으로 특정 인물 사안의 정보만 제출받도록 수사기관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설의 입장은 비슷하다. 하지만 두 사설의 접근방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앙은 법원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다. 사실 허위사실유포나 명예훼손은 법적으로 감청 대상이 아니다. 살인, 인신매매, 내란 등 특정중대범죄에 대해서만, 그것도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수사기관은 개인의 통신 내용을 감청할 수 있다. 중앙이 “수사 편의주의에서 인권을 지켜낼 책무는 사법부에 있다”며 “법원은 사이버 수사와 관련해 명확한 영장 발부 기준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는 이유다. 법의 해석만 분명하게 해도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손쉽게 뒤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통신사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법사위원회에서 “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둘러싸고 사회 곳곳에서는 ‘법 집행 거부’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석우 대표의 입장을 옹호한다. 감청이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대화 통신 내용을 듣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감청영장은 압수수색영장에 가깝다. 서버에 보관된 3~5일 정도의 과거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이 복사해 가져가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수사 관행’일 뿐 적절한 법집행이라 보기 어렵다. 한겨레가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은 법에 따른 정당한 입장 전달일 뿐, 공무집행 방해나 거부가 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다.

 사이버 검열 논란을 잠재우는 방안으로 중앙이 법원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한겨레는 포털과 통신사들의 개인정보 보호 노력을 촉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둘 가운데 어느 쪽 주장이 더 중요할까?

 사이버 검열 논란은 우리 사회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감청 사실을 폭로한 이후 개인 통신 기록의 노출과 검열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애플 등은 자신들도 해독이 불가능한 개인보호암호체계를 만들어 FBI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철학자 미셀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끊임없이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권력을 경계하며 개인의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점에서 개인정보를 지켜야 할 통신사의 의무를 강조하는 한겨레의 주장과,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할 법원의 역할을 지적하는 중앙일보의 목소리는 둘 다 소중하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 주 논점 여당·청와대 갈등
11월 4일자에는 여당과 청와대간 갈등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교수(신문방송학)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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