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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에볼라 공포를 떨친 오바마의 포옹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에서 완치된 간호사 니나 팸을 따뜻하게 포옹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이상렬
뉴욕 특파원
에볼라는 죽음과 동의어다. 걸리면 사망할 확률이 50%가 넘는다. 제대로 된 치료약조차 없다. 공포는 이성을 눈멀게 한다. 에볼라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했을 때만 감염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학교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서로를 피한다. 에볼라보다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사회를 잡아먹는 것이다.

 이달 초 라이베리아에서 돌아온 뒤 에볼라 증세가 나타난 에릭 덩컨이 숨지고, 그를 돌보던 간호사 두 명이 연달아 에볼라에 감염되자 미국 내 에볼라 공포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게다가 최근엔 뉴욕에서 에볼라가 출현했다. 자체 인구만 800만 명이 넘고,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에볼라 발생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공포가 확산될 좋은 토양을 만난 셈이다.

 대중의 공포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없을 리 없다. 미국 정가에선 에볼라 창궐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는 입국 제한 주장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뉴욕·뉴저지 주 등에선 에볼라 지역을 다녀온 의료진을 강제 격리시키는 조치에 들어갔다. 질병과 싸워온 인류의 역사는 에볼라 지역에 대한 고립이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서둘러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 숨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의 이런 견해를 공격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간호사 니나 팸과 포옹하고 있는 모습이다. 덩컨을 간호하다 에볼라에 걸린 팸이 완치 판정을 받고 병원 문을 나선 직후였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팸을 껴안아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의 포옹은 다분히 계산된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이 에볼라를 치료할 수 있고, 완치되고 나면 감염 위험이 없다는 것을 대통령이 직접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에볼라 공포는 과장됐으니 안심하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다.

 사실 오바마 진영엔 정치적으로 이런 장면이 절실했는지 모른다. 에볼라 대책이 다음 달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오바마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공포에 맞서는 리더십의 의미가 절하되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주례연설에서 “공포에 좌우되지 말고 과학과 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팸과의 포옹을 통해 자신이 바로 그것을 실천했다. 공포와 불신이 국민 속으로 파고들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곳이 어디 미국뿐이랴.

이상렬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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