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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보다 맛있는 채소 요리를 찾아서





[뉴스위크] 육류보다 채소를 더 중시하는 ‘그린 퀴진’ 유행하면서 발효 식품에도 새로운 조명





샤토브리앙(프랑스식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과 콩피 드 카나르(프랑스식 오리 고기 조림)에게 작별을!



채소에 초점을 맞추려는 요리사들의 움직임은 채식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채소가 너무 오랫동안 육류보다 못한 위치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프랑스 오트 퀴진(haute cuisine, 고급 요리)을 대표하는 요리사 알랭 뒤카스가 최근 파리의 플라자 아테네 호텔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 메뉴에서 육류 요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전세계의 채식주의자(vegetarian)들이 환호했다. 채소를 중시하는 요리 트렌드를 받아들인 요리사가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다.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이것이 오트 퀴진의 종말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조갯살과 오징어, 문어를 곁들여 오븐에서 조리한 흑미 요리 등 앞으로 이 레스토랑에서 육류 요리 대신 내놓게 될 더 소박한 메뉴들을 소개했다.



사회적 양심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매한 가디언지마저 뒤카스가 “오리와 송아지, 스테이크를 차버렸다”고 보도했다.



뒤카스의 결정은 채소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트 퀴진의 새로운 풍조를 반영한다. 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좀 더 전통적인 3대 식재료 대신 채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풍조다. 뒤카스는 육류 대신 생선과 채소, 곡물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오시에테르 캐비어를 곁들여 차갑게 내놓는 랑구스틴 새우 찜 요리(180유로)와 샴페인 소스에 물냉이와 순무를 곁들인 가자미 요리(135유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배를 곯을 일은 없다. 단지 육류가 과거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났을 뿐이다. 뒤카스의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적어도 두 종류의 육류와 가금류 요리를 선택할 수 있는 별도의 메뉴를 운영한다.



흥미롭게도 채소에 더 초점을 맞추려는 요리사들의 움직임은 채식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채소가 너무 오랫동안 죽은 동물(육류)보다 못한 위치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 중요한 채소들이 보잘것없는 식재료로 취급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채식주의 레스토랑 중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은 곳은 상하이에 있는 토니 루의 푸허후이 하나뿐이다. 루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며 생선과 육류, 가금류 요리를 내놓는 다른 유명 레스토랑 몇 개를 더 운영한다. 2010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우분투(Ubuntu)라는 훌륭한 채식주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의 주방장 제레미 폭스는 2010년부터 고기와 생선 요리를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뒤카스는 언제나 그린 파워(green power, 채소의 힘)를 인정했으며 기막힌 채소 요리들을 만들어 왔다.



모나코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 루이 14세에서 특히 그런 요리들을 많이 선보였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고급 농산물을 애용하며 옹호해 왔다. 플라자 아테네 호텔 레스토랑의 ‘녹화(greening)’는 뒤카스가 파리 르 뫼리스 호텔에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레스토랑(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았다)과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카드일 수도 있다.



뒤카스는 오트 퀴진 채소 요리의 대부인 알랭 파사르(파리 라르페주 레스토랑)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파사르는 2001년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자 적색 육류를 메뉴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채소만을 이용한 매우 독창적인 요리들을 개발했다. 그의 단순한 전채요리 토마토 가스파초(차갑게 먹는 스페인식 수프)와 머스타드 아이스크림은 내가 먹어본 중 가장 인상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메뉴였다.



파사르는 내게 간단해 보이는 이 메뉴가 3개월 간의 실험을 거쳐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프랑스 북부에 세 개의 텃밭을 두고 있다.



그 텃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은 매일 아침 일찍 고속열차 TGV 편으로 파리로 직송된다. 하지만 라르페주는 채식주의 레스토랑이 아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요즘도 생선과 야생 육류 요리를 내놓는다.



파리에는 독창적인 채소 요리를 개발하는 또 다른 요리사가 있다. 야니크 알레노는 수비드(진공저온 요리법) 방식을 이용해 채소의 맛을 극대화하고 소스를 추출하는 실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샹젤리제의 레스토랑 르두아엥의 수석 주방장이 됐다.



“요즘 내 요리의 맛은 이전과 딴판이다. 소스에서 느껴지는 채소 추출물의 맛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난 또 채소 발효 작업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효 방식은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 1970년대에 프랑스 고전요리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요리법)의 금기 ‘십계명’ 중 하나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용되지 않았다.



영국에서 그린 퀴진 옹호자로 가장 유명한 요리사는 사이먼 로건이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를 받은 쿰브리아 지방의 레스토랑 랑클륌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사용한다. 20코스의 테이스팅 메뉴에 순전히 채소로만 된 코스를 적어도 3분의1 정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로건의 말을 들어보자.



“처음엔 영국의 레스토랑에서 채소로만 된 메뉴를 내놓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채소로 만들 수 있는 흥미진진한 요리가 많다는 걸 안다. 식품저장실이 잘 갖춰져 있는 이곳 북부 지방에서는 채소 요리를 만들기가 더 쉽다. 이곳 사람들은 단백질 요리를 대체할 만한 메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난 그것을 채식주의 메뉴라기보다 ‘단백질 프리(protein-free) 메뉴’라고 부르고 싶다. 육식을 좋아하는 고객 중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또 다른 메뉴일 뿐이다.”



로건은 최근 런던 클래리지 호텔에 레스토랑 페라를 열었다. 그곳에서도 그는 채소를 위주로 한 메뉴를 내놓는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풍조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영국에서 재배된 채소만을 이용해 최고의 프랑스 요리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발효는 채소에 풍부한 감칠맛을 더하는 효과가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로건은 토마토처럼 더운 기후에서 잘 자라는 일부 채소의 경우를 제외하곤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난 런던 근처에 텃밭을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북부 지방에서 재배되는 채소가 남쪽에서 자라는 것들보다 더 품질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생각이 100% 옳다고 믿는다. 북쪽에서는 숙성기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영국 북부에서는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맛 좋은 감자와 뿌리 채소, 아스파라거스가 난다.”



이 모두가 ‘채소 요리는 그릴 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실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현재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서 1위)를 운영하는 르네 레드제피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맛을 극대화하는 채소 발효 분야의 선두주자다.



레드제피는 2004년 노마를 개업한 직후 유난히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난 뒤 발효 실험을 시작했다. 당시 한 농부가 6개월 동안 저장해뒀던 당근을 가져왔다.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레드제피는 그 당근이 자신의 주방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재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당근들에 버터를 발라 오랜 시간 구웠더니 아주 특별한 맛이 났다”고 레드제피가 말했다.



“내가 그때까지 먹어본 당근 중 가장 맛있었다. 속은 페이스트처럼 걸쭉하고 부드러웠고 껍질은 쫄깃하면서도 아삭아삭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채소를 여러 가지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올 들어 우리는 감자를 맛있게 요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무른 감자를 식품저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하면 싹이 트면서 조그만 아기 감자들이 열린다. 이 아기 감자들은 흙이 아니라 엄마 감자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자라지만 이상하게도 깊은 흙 냄새를 풍긴다.”



레드제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요리의 장식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채소로 혁신을 이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채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발효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구나 기대하는 풍부한 감칠맛을 내는 한 방법이다. 커피와 초콜릿, 빵, 와인, 맥주, 간장 등이 모두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발효는 채소가 훌륭한 스테이크 한 조각만큼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글= BRUCE PALLING 뉴스위크 기자, 번역= 정경희



사진1 = 채소에 초점을 맞추려는 요리사들의 움직임은 채식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채소가 너무 오랫동안 육류보다 못한 위치로 밀려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사진2 = 발효는 채소에 풍부한 감칠맛을 더하는 효과가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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