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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정유업계, 공급 과잉·수요감소 등 4중苦 신음

정유업계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7조2095억원 매출에 8239억원의 영업이익. 주요 사업 분야인 정유 부문에서만 319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호(好)성적에 주가 역시 올랐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산업의 중추 정유업이 흔들린다

불과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에만 2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16조4937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3분기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3분기에도 761억원가량의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했다. 적자가 예상되는 3분기를 포함해 네 분기 연속해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7년 SK이노베이션 신설 이래 처음이다. 실적이 바닥을 기면서 주가 역시 8만원대 붕괴를 앞두고 있다. 3년 만에 주가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정유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만의 일이 아니다. GS칼텍스와 S-Oil을 비롯한 업계 전체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KDB대우증권은 GS칼텍스가 3분기에 매출 10조4760억원에 8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S-Oil도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내며 고전 중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초 7만4000원대에서 현재 3만9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2004년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2분기 394억원 흑자를 냈다. 정유업계의 부진은 낮은 국제 유가와 공급 과잉, 수요 축소, 셰일 가스 같은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 좁혀져
정유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서다. 어느 정도 국제 유가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해줘야 정유사들은 그 안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중동 등지에서 선적한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40~50일가량. 이 기간 동안 원유 값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재고차손’은 모두 정유사들이 떠안게 된다. 예를 들어 배럴당 100달러에 구입한 원유 값이 운송 중 배럴당 90달러로 떨어지면 국내 정유사들은 고스란히 베럴당 10달러씩 손해를 본다. 윤장훈 SK이노베이션 매니저는 “원유 값이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며 “정유사마다 이런 재고차손이 올 들어 분기별로 수백억원씩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80% 이상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90달러 선이 무너진 상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배럴당 103달러에 거래되던 두바이유는 24일 현재 배럴당 84달러64센트까지 값이 빠졌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도 1분기 배럴당 6달러대에서 지난 분기 배럴당 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정유사들은 보통 4달러대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줄면서 2011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국내 주요 수출품목 중 1위를 차지했던 석유제품이 지난해부터는 2위로 밀려 앉았다. 석유제품 수출 규모 역시 2013년 상반기 255억50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 251억1000만 달러로 1.7% 줄었다.

수출 물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수출의 질도 나빠졌다. 국가 간 직수출이 아닌 상대적으로 값을 덜 쳐주는 석유 중개시장 국가(싱가포르·네덜란드 등)로의 수출이 늘어난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중개시장 국가로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 가격은 국가 간 직수출 때보다 휘발유는 배럴당 4.4달러, 경유는 배럴당 3.6달러 정도 싸다. 연간 7000억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내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자가상표주유소와 알뜰주유소 등의 잇따른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의 유통 마진은 보통 5% 정도를 보는데, 요즘은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손해를 보는 수준까지 값을 내린 곳이 많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도 국내 정유 업체들이 넘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제품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우 2017년까지 일일 정제 능력을 130만 배럴가량 늘린다는 계획에 따라 시설 확충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 정유업계의 하루 정제 능력은 288만7000배럴이다. 중동 및 아시아 지역 내에서 예상되는 증설량은 2018년까지 383만5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공급이 늘면서 제품값은 더 싸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원유와 정제를 마친 휘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 차가 지난해 1분기 16.49달러에서 올 1분기 14.86달러로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셰일 가스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 국내 정유산업의 미래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셰일 가스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나프타)를 생산할 경우 생산비용은 원유의 20% 수준인 t당 200~300달러면 가능하다. 세계 최대의 석유제품 수입국인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석유제품을 덜 사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석유제품 대미 수출은 13억6000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29%가 줄었다.

당분간 유가하락 추세 이어질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업체들은 자구 노력이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구자영 회장 주재로 SK종합화학을 비롯한 5개 자회사 사장단이 참석해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한다. 실적 개선 논의는 물론 운영 예산 절감 방안 등이 주요 의제. 이외에도 각 사업 회사별로 출장비·광고비·교육비 등 운영 예산을 최대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수도권 지역의 일부 저장시설을 폐쇄하고 직원을 재배치하는 등 사업 조정도 병행 중이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묶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과 임원 수를 각각 15% 이상 줄였다. S-Oil은 10개 부서를 통폐합하고 직원 수를 줄였다.

대한석유협회를 중심으로 정유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원유수입관세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현재 석탄·원목·철광석 같은 주요 원재료 수입에는 0%의 관세율을 적용하지만 유독 원유에 대해서는 3%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원유수입관세를 없애면 일정 부분 세수가 줄긴 하겠지만, 물가인하와 고용창출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은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형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증가 폭 역시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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