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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에볼라 쇼크가 남긴 것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 흑인 남성 한 명과 탄 적이 있다.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으려니 슬그머니 에볼라 생각이 들었다.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재채기가 나왔다. 그랬더니 그 남성이 되레 조심하라고 신경질을 내는 거였다. 그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에볼라 공포는 현실이 됐다. 24일 대도시 뉴욕에서 새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가라앉는 듯했던 공포는 다시 미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에볼라 자체보다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는 데 더 주목하고 싶다.



 우선 흑백 갈등이다. 요즘 미국에선 흑인이 죽기만 해도 시위가 일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흑인 대통령 시대에 역설적으로 흑백 갈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에볼라의 경우도 미국 내 유일한 사망자가 흑인이라는 점이 논란을 불렀다. 특히 이 사망자가 초기에 병원에서 단순 감기로 오진을 받았고 실험용 약물도 투여받지 못한 점이 흑인 사회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인종과 보험 때문에 차별 대우를 당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에볼라가 흑백 갈등에 불을 당긴 셈인데, 이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아프리카라는 점에서 사태는 더 악화될 게 분명하다. 일상 생활에서 흑인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과 지방의 시스템 격차도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의료진 2명에까지 에볼라가 전염된 텍사스주 병원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구멍 뚫린 방역복을 지급하고 에볼라 환자와 일반 환자를 같은 병실에 두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미국인들은 지역 의료 체계를 믿지 못하겠다며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고, 결국 보건당국은 환자들을 워싱턴 근교로 이송조치했다. 에볼라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지역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은 미국 운영 원리를 흔드는 게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테러 대비가 돼 있느냐는 물음도 던져야 할 것 같다. 에볼라 감염 우려자가 비행기를 타고 여러 주를 돌아다니는데도 사전 통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보건당국이 100여 명의 여행을 금지했지만, 때늦은 조치였다. 공항 체온 검사도 사태가 악화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됐다. 누군가 생화학 테러를 기도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그런가 하면 에볼라 충격 속에서도 여야가 정치적 손익 계산에만 몰두했다는 점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 11월 4일 중간선거를 의식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표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다.



 에볼라 쇼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렇게 많은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선 제2, 제3의 에볼라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바이러스 자체는 백신으로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 문제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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