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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명 잡은 체포왕 "눈 마주치자 움찔 … 조회하니 사기범"

‘체포왕’으로 불리는 김명희 경위가 22일 순찰 중 검거한 지명수배자를 조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체포왕’의 소문을 듣고 22일 오후 2시 서울 남부터미널 맞은편 서초파출소를 찾았다. 소문의 주인공인 김명희(51) 경위가 순찰 채비를 마치고 파출소 문을 막 나서고 있었다. 그는 곧장 길 건너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이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보다 갑자기 매장 안으로 들어가 또 한 바퀴를 돌았다. 이런 방식으로 남부터미널역·교대역·서초역 등 전철역 주변의 카페와 편의점 등을 훑어나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의 눈빛이 한곳을 주시했다. 교대역 출입구 난간에 남성 세 명이 모여 있었다. 김 경위는 가만히 그들을 지나쳤다가 갑자기 돌아섰다.

서초파출소 김명희 경위 동행취재
법원·버스터미널 주변 사기꾼 많아
매일 4시간 순찰 돌며 ‘촉’ 키워
“경찰차에 잡혀가며 사기 치기도”



 “서초파출소 김명희 경위입니다. 주변에 사기 피해 신고가 많아 검문 중입니다.”



 한 명이 머뭇거리다 “근처에 세워 둔 차에 신분증이 있다”며 자리를 뜨려 했다. 김 경위가 곧장 따라 붙었다. “주민등록번호만 대세요.” 스마트폰에 주민번호를 입력하니 진동이 울렸다. 사기 혐의로 2건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자 이모(44)씨였다. 김 경위는 “눈이 마주친 순간 급히 시선을 피했고 불안한 듯 팔다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리는 걸 포착했다”고 말했다. 김 경위의 ‘촉’이 발동한 것이다. 김 경위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명수배자 1200여 명을 검거했다.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657명을 잡았다. 같은 기간 검거한 지명수배자들의 범죄 피해액은 3000억여원, 국고에 환수한 돈은 8억9235만원이다. 또 최근 네 차례의 지명수배자 특별검거활동 중 서울지방경찰청 검거율 1위를 세 번이나 차지했다.



 김 경위는 거의 매일 사기 관련 신고를 받는다. 법원·검찰청 주변이라 사기 사건이 많고, 버스터미널이 있어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노린 투자 사기도 빈번하다.



 “체포돼 순찰차를 타고 가면서도 사기를 치는데 듣다 보면 경찰도 속아 넘어갑니다.”



 그는 전 재산을 빼앗겨 가정이 파탄 났다는 피해자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사기범 검거에 나서게 됐다. 검거를 위해선 검문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김 경위는 내성적인 데다 말까지 더듬었다. 매일 퇴근 후 운동장에서 검문검색 취지를 말하는 법을 연습했다. 또 하루 4시간 순찰을 수년 간 반복하면서 ‘촉’이 생겼다. 이젠 카페나 편의점 주인 도 그를 보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왔다 갔다”고 귀띔해준다. 김 경위는 하루에 7명을 검거한 적도 있고 한 명을 1년6개월 사이에 네 번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2011년엔 교대역 주변에서 70대 지명수배자가 40대 남성 4명을 속여 45억원짜리 투자계약서를 작성하던 중 김 경위에게 적발됐다. 수배자는 당시 대통령과 친인척이라며 투자를 권했다. 사기 대상자들은 “한 시간 내에 45억원을 입금하기로 했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엔 “세계 최초로 연탄재에서 천연섬유질을 발견했다”며 52억여원의 투자 사기를 친 수배자를 검거했는데 그가 “지인에게 서류를 넘겨줘야 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수배자가 부른 지인 중 890억원대 대출사기를 친 거물급 김모(39)씨가 포함돼 있어 동시에 검거했다. 김 경위는 “수배자로 확인되면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리는데 그때 산 정상에 오른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 고 말했다.



글=윤정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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