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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단통법 시행은 적절한가?



논쟁의 초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논란이 뜨겁다. 이 법은 휴대전화 가격의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시행됐으나 법 시행 후 체감 통신료가 오히려 늘어나는 바람에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통법은 시장의 자율경쟁 시스템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일 뿐이라는 입장도 있다. 단통법은 적절한 법일까?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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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제거한 거래방식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정책을 바라보는 일부 시선이 무척 따갑다. 소비자의 부담 증가, 시장 위축 등 정책 실패를 언급하는 목소리들이 제법 들린다. 언론 보도와 국감 등을 통해 제기됐던 주장의 상당수가 정책의 부당함과 그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목소리는 제법 많아 보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공약수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 듯하다. 첫째,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기는커녕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십만원에 이르렀던 지원금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과거보다 큰 부담을 지면서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주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시장의 거래가 실종됨에 따라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분명히 필요하다. 소비자 편익 확보 차원에서 마련한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시장 활성화는커녕 침체를 불러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주장을 접하면서 필자는 불만을 제기하고 토로했던 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과연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공짜 혹은 그에 가깝게 충분한 지원금을 받으며 매입해 본 적이 있는가. 오히려 불필요한 발품만 팔다 결국은 다양한 약정방식에 얽혀 제값을 다 주거나 혹은 자신보다 싸게 구매했다는 지인들로 인해 불쾌감을 가졌던 적은 없는가. 그 기억들보다 지금의 상황이 더욱 부정적이며 부당한가.



 아마도 이에 ‘그렇다’고 단호히 대답할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가 최신 스마트폰과 관련해 안고 있는 부정적 기억이 많고, 이로 인해 선뜻 긍정의 대답을 제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체감하며 볼멘소리를 내뱉는 일부 사업자 역시 과연 기존의 판매 방식이 진정 자신들에게 이득이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억울해했던 만큼 누군가는 현혹적 수사를 동원해 시장을 활성화시켜 왔고, 그 과정에서 이득을 취해 온 주체가 일부 사업자들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윤 확보 과정에 대한 불투명성은 언제나 사업자들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시장의 주체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서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없었던 상황이 과거, 그리고 지금의 통신시장이다. 그런데 변화를 강제한 정책이 시행되자마자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문제는 그 불만에 묻혀버린 정상화의 지표들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후 이통3사의 하루 평균 가입자는 9월보다 감소했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월 평균 대비 10월 1주차 하루 평균 가입자 비율은 66.5%에 그쳤으나 10월 2주차에 접어들면서 평균 가입자 비율은 74.9%로 올랐다. 더불어 가입 유형 역시 9월 평균 대비 중고폰 가입자는 88.6% 증가했으며, 전체 요금제 중 저가요금제 가입률은 15.7%포인트 늘어났고, 부가서비스 가입률은 26.2%포인트 감소했다. 데이터는 우리에게 최근의 언론 보도를 통해 비춰진 시장의 단면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적 혹은 즉흥적 소비행태가 점차 줄고 합리적 소비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값비싼 스마트폰을 빚을 지더라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소비자 보호며 시장 활성화일까. 공짜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혹시 공짜를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함에 왜곡된 시장구조에 대한 미련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다.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분명히 차분해질 것이다. 합리적 소비 방식이 소비자 개인의 정보 탐색 역량에 달린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제거한 공정한 거래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어쩌면 소비자의 불만 뒤에서 정치적 혹은 상업적 이득을 계산하는 주체들일 수 있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시장자율화가 해결책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지금 드러나는 단통법의 문제점은 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그대로다. 이 법은 21세기에 생각지도 못한 관치경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법은 애초 시장경제와 통신시장의 몰이해에서 출발했다. 소비자가 통신을 과소비하고 있고, 소위 호갱님이라는 인터넷 속어로 표현되는 가격 차별화로 인해 공평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통사들 간에 이동하는 고객, 그중에서도 고가 단말기와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만 많은 지원금을 주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인식에서 법이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보다 통신비 지출 비중이 높고 폰 교체 주기가 짧다는 이유로 과소비라고 주장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과 소주·삼겹살에 쓰는 가계비가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니 쌀밥 대신 빵 먹고 소주 대신 양주 마시고 삼겹살 대신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정부가 정책을 써야 한다는 말과 같다. 우리처럼 어디서나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며 무료로 공중파 TV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나라가 없을뿐더러 우리나라처럼 통화량이 많은 자영업자·대리운전자·택배기사 등의 비중이 높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자신이 생각하는 효용보다 높으면 사는 것이고 각자의 효용가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인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만은 국민의 소비형태를 자신들이 재단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수시로 가격경쟁을 해서 시장가격이 출렁이는 것은 시장의 당연한 현상이다. 스마트폰의 제품 주기는 1년 미만이다. 제조사가 주기가 다해 빨리 팔아 치워야 할 때 가격을 내리는 보조금을 늘리는 것은 마감시간에 팔리지 않은 생선을 떨이로 파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이통사는 자신의 미래 수입을 늘려줄 고객에게 판촉비를 많이 쓰는 것 또한 당연한 전략이다. 이통사의 이익은 일반적으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판촉을 통해 이들을 적극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법은 소위 공평한 가격 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수단을 동원한다. 하나는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사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주간 단위로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 할인 금액을 공개하고 변동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들은 한 회사가 가격을 내리면 경쟁자가 알고 대응하기 때문에 가격만 내리고 고객을 뺏어 오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릴 수 없다. 둘째는 어떤 요금제를 쓰든 비례해 할인을 하라는 소위 ‘비례원칙’과 계약 갱신을 하는 모든 고객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주라는 ‘평등의 원칙’이다. 이통사 입장에선 보조금을 줘야 하는 대상이 너무 크게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원금을 줘도 1인당 줄 수 있는 금액은 턱없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고가 사양이 필요했던 소비자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으로 사게 됐으며 나머지 소비자들은 표시도 안 나는 할인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최신 폰의 경우 미국의 2.5배, 단통법 시행 이전에 비해 1.6배를 주고 사게 돼 첨단기술 제품 시장에서 중고 기계나 쓰라는 말이 됐다.



 단통법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에 가격 담합과 고정가격제를 강요하고 어떤 고객에게는 어떤 가격에 팔라고 차별적 가격의 수준까지 정해주는, 그 어떤 나라의 정부도 하지 않는, 옛 소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상식적인 것으로 소비자의 선택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법이다.



 이러한 시장 왜곡으로 소비자는 사고 싶은 제품을 살 수 없는 후생의 큰 후퇴를 가져왔으며, 그 결과 신제품 거래 축소로 제조사들은 매출 격감과 가격경쟁의 수단을 박탈당하고 있다. 당연히 판매점·대리점들은 폐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과잉규제를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 규제개혁을 외친다면 누가 그런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할 것인가. 관치경제의 미몽으로 만들어진 규제를 폐기하고 보다 경쟁 지향의 시장 자율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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