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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집회 소음, 처벌보다 자율이 먼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21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장혁진
사회부문 기자
“비가 오면 안 되는데….”



 가을비가 도심을 적시던 지난 화요일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 ‘집회소음 전담팀’ 임진철 경장이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기압이 낮으면 소리가 낮게 깔려 소음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이날은 집회 소음기준을 강화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적용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기자는 임 경장 등 전담팀과 함께 집회 소음 측정 현장에 나갔다. 도착한 곳은 서울 을지로 SKT 본사 앞. 희망연대노조 주최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임 경장은 주최 측이 설치한 앰프로부터 20여m 떨어진 곳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했다. 집회 주최 측 관계자도 측정 과정을 참관했다.



 “소리를 더 낮추라고요? 지금 마이크 소리보다 ‘쌩목(육성)’이 더 크잖아요. 최소한의 의사표현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집회 참가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보기에도 개정 시행령의 일부 기준은 지나쳐 보였다. 광장과 상가에서의 야간집회 소음기준은 65데시벨(㏈). 기자가 직접 경찰 장비로 소음 측정을 해보니 배경소음만으로도 67㏈에 달했다. 박수와 육성만으로도 기준치를 넘는 수준인 것이다. “침묵 시위만 하라는 것이냐”는 집회 참가자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집회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해 달라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2012년 10월 미디어리서치의 설문 결과 집회 소음 규제강화에 찬성하는 시민 비율이 76.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검찰은 전북 임실군청 앞에서 지속적인 소음 시위를 벌인 이들을 처음으로 상해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으로 시민들이 받을 정신적 스트레스도 감안해야 한다”며 “미국·프랑스 등 해외의 집회 소음 기준은 우리보다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이크를 든 절박한 마음을 법이 감싸안을 수는 없을까. 현장에서 얻은 해답은 자율이었다. 다소 승강이는 있었지만 집회 주최 측 노조원이 경찰과 함께 소음측정기 눈금을 보며 이내 스피커 볼륨을 맞췄다. 경찰도 “스피커 방향을 사람 수가 적은 곳으로 돌려보라”고 주최 측에 제안하는 등 양측이 절충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자 애썼다.



 이날 기자가 본 것은 준법 집회 문화의 가능성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를 거니는 시민들을 배려하고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설득한다면 우리의 집회 문화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시민들에 대해서도 더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현장을 철수하는 경찰에게 한 노조원이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



글=장혁진 사회부문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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