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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포스텍·KAIST 붙은 창현이, 다른 대학 간 까닭

연세대를 포기하고 부산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한 김경주씨(맨 왼쪽)가 20일 하병현 교수(오른쪽 둘째)로부터 물류자동화 시스템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고려대 인문계열 학과를 졸업한 A씨(28)는 지난해 취업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공을 ‘핸디캡’으로 생각한 그는 상경계열 대학원에 진학했다. A씨는 “대학 진학 전에 장래희망을 정하고 대학·학과를 택했으면 취업에 들이고 있는 시간·노력을 더 값지게 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A씨처럼 학과·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적지 않다. 올 2월 지방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구직 중인 B씨(28)는 “고교 시절 어려운 수학을 가능한 피하고 싶은 마음에 별 고민 없이 문과를 지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대 졸업 뒤 큰 어려움 없이 취업한 고교 동창들을 볼 때마다 신중치 못했던 선택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난은 대학 지원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대학 간판에 연연하기보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전공을 우선시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김종우(양재고 교사) 회장은 “초유의 취업난 속에 ‘대학 이름만 보고 결정했다가는 후회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어느 과든 OO대는 가야 한다’‘인(in) 서울 아니면 안 된다’는 학생·학부모가 많았으나 이젠 상담에 앞서 지망하는 학과의 진로·취업률을 꼼꼼히 ‘공부’하고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올 2월 과학고를 졸업한 유창현(19)씨는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포스텍 기계공학과, KAIST 자유전공학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네 곳에 합격했다. 고민 끝에 성균관대를 택한 유씨는 “다른 대학의 ‘이름값’에 고민을 했지만 빨리 반도체 전문가가 돼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이 학교가 가장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고 4년간 등록금이 면제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지방 고교를 졸업한 김지원(19)씨는 지난해 서울의 동국대·건국대와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김씨는 이른바 ‘인 서울’ 대학을 포기하고 한국기술교육대를 택했다. 한국기술교육대의 올해 취업률(85.9%)은 전국 대학 중 1위다. ‘서울로 가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김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취업 때 지방대 졸업자 학점엔 0.8을 곱해 낮춘다’고 말하는 어른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학교 이름이 아니라 취업률이 진짜 ‘팩트(fact)’라고 믿어요.”

 올해 한국기술교육대의 신입생 3명 중 한 명(33.1%)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도) 출신이다. 박승철 입학홍보처장은 “신입생 중엔 수도권 등 타 지역 학생들이 충청권 학생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지방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 채용을 늘리면서 지역 국립대 인기도 상승세다. 부산대 공대는 지난해 8.3대 1이었던 수시모집 경쟁률이 올해 11.6대 1로 뛰었다.

 상당수 교사·학부모는 여전히 ‘성적=명문대=취업’이라는 등식에 머물고 있다. 충남외고 구성완 교사는 “학생은 취업이 잘되고 진로가 탄탄한 지방대 특성화 학과를 가려 하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력 차별의 설움을 겪은 경험이 많은 부모세대가 취업시장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우리 아이는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경혜여고 천복현 교사는 “이공계 진학을 바라는 학생이 늘고 있어도 상당수 고교가 교사 수급 등의 문제로 이과반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수요 등 사회 변화를 학교가 따라가지 못해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지 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교사와 부모가 학벌사회를 살아온 어른의 눈높이에서 학생을 대한다”며 “교육 당국이 교사 연수, 학부모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식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천인성 기자, 박은서(연세대 언론학부) 인턴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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