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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제주 도심 모텔·아파트까지 사재기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꼽히는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 중국어 간체자가 적힌 간판을 내건 가게 옆에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사재기 바람이 상권과 주택가까지 불어닥쳤다. 주로 한라산 중턱에 땅을 사서 리조트를 짓더니 최근 들어서는 제주시 중심가의 숙박업소와 아파트까지 사들이고 있다.

 중국 장쑤(江蘇)성에 사는 중국인 A씨는 지난 8월 29일 제주시 연동의 H모텔을 사들였다. 지상 7층 H모텔은 서울 명동에 비길 만한 핵심 상권인 ‘바오젠(寶健) 거리’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있다. 등기부등본상 매입가는 22억원이다. A씨는 제주시 용담동의 펜션도 최근 인수했다. 모텔과 펜션은 중국동포들이 운영 중이다.

 H모텔 부근의 S모텔 역시 중국인 B씨 소유로 돼 있다. 중국인들은 주거용 건물도 사들이고 있다. 연동 주택가의 T아파트·T빌라에 중국인 소유 주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 구입을 추적해 온 제주대 김태일(건축학) 교수는 “올 들어 제주시 신시가지에 중국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은 제주도에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 모텔과 상점을 사들여 자신들이 직접 장사하려는 목적이다. 바오젠 거리에 모텔 등을 인수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2011년 중국 기업 바오젠이 제주도에 직원 1만여 명을 관광 보낸 것을 기념해 이름 지어진 이 거리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몰려오는 제주도 관광명소다. 바오젠 거리 신애복 상가번영회장은 “올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250여만 명 ”이라며 “관광객들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점포로만 몰리면 한국인 점포는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부동산을 사는 또 다른 이유는 ‘영주권’이다. 제주도엔 ‘부동산 투자 이민제’란 독특한 제도가 있다. 한화 5억원 또는 미화 50만 달러 이상 부동산에 투자하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F-2 비자를 주고, 그후 5년간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제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목적으로 2010년 2월 시행했다. 효과는 거뒀다. 시행 이후 올 8월까지 9600억원의 외국인 부동산투자를 유치했고 외국인 783명이 영주권을 얻었다. 그중 768명(98%)이 중국인이다.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 실시 전인 2009년 2만㎡에서 올 6월 말 현재 592만2000㎡로 거의 300배가 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이민제는 부작용도 낳았다. 해발 200~600m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 난개발됐다. 중국 기업들이 해안에 비해 싼 중산간 지역 땅을 사들여 대형 리조트단지를 짓고 있다. 한 채당 5억원 이상 하는 콘도미니엄을 만들어 제주도 영주권을 얻으려는 중국인들에게 분양하려는 목적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 백통신원 리조트’ 등이 그런 목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현재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서 중국 자본이 리조트를 만들고 있는 총 면적은 300만㎡에 이른다. 대략 서울 여의도(290만㎡)와 비슷하다. 공사로 베어져 나갈 나무가 수만 그루다. 식수 오염 우려도 나온다. 제주경제정의실천연합 좌광일 사무처장은 “중간산 지역은 상당수 제주도민들이 식수로 쓰는 지하수를 공급하는 곳”이라며 “리조트 하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 리조트는 대부분 카지노를 운영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불투명한 운영으로 탈세가 의심되는 카지노는 함부로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환경 훼손하는 투자 허용 않겠다”=중국인들의 부동산 사재기에 제주도민들은 경계심을 나타낸다. 핵심상권을 중국인이 장악하고 환경을 망가뜨린다는 우려다. 지난 2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차이나타운 조성을 제안하자 원 지사가 “국민이 우려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한 게 바로 이런 제주도민들의 걱정을 대변한 것이었다.

원 지사는 “환경과 제주도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동산 투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기업이 1조원여를 투자해 제주시 신도심에 51층 건물을 짓겠다 는 데 대해서도 “주변 경관을 해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원 지사는 중국인의 부동산 사재기를 부추긴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손보기로 했다. 대상 지역을 관광지·유원지로 제한하거나 5억원 부동산 투자에 더해 지역개발채권을 5억원 이상 사들여야 F-2 비자를 주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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