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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난 먹자골목, LPG통 옆에서 고기 굽기도






“불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불이….”

 22일 아침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김모(48)씨가 동대문 의류상가의 한 건물 앞에서 혀를 차며 말했다. 이틀 전인 20일 화재로 뼈대만 남은 곳이었다. 김씨는 건물의 한 상점을 가리키며 “3년 전에도 저기에서 시작해 불이 꽤 크게 났었다”며 “연례행사처럼 화재가 일어나니 늘 불안하다”고 했다.

 기자가 이날 찾아간 현장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상가 앞에는 타다만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당시 불은 점포 17개를 태우고 5억 8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2시간 만에 꺼졌다. 불에 탄 상가는 지은 지 50년이 넘은 목재 건물로 옥상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가건물까지 있었다. 피해 상가 바로 옆 건물에서 30년 가까이 중고서점을 운영중인 이모(61·여)씨는 “이 지역은 건물이 오래돼 한번 불이 나면 큰 불로 번진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상가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데다 화재예방시설도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소방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해당 상가는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종로 일대에 화재 취약 지역이 워낙 많은데 상가 규모가 작아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소방점검 한번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화재로 점포 19곳이 소실된 인사동 먹자골목도 사정이 비슷했다. 지난 21일 저녁 먹자골목 일대를 둘러봤다. 상당수 업소가 LPG 가스통을 바깥에 내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가스통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식당 손님들이 많았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예 가스통 옆에 버젓이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굽는 곳도 많았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62·여)씨는 “불이 난 후 따로 소방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며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화재경계지구 지정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계지구로 지정이 돼도 화재가 끊이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5곳의 화재경계지구에서 발생한 화재가 57건이나 됐다. 경계지구 2곳 중 1곳에서 불이 난 셈이다. 지난 7월 한 명이 숨진 서울 전농동 윤락가 화재나 올해 초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표동 화재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구(舊)도심은 대형 화재의 위험성이 항상 상존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숭실사이버대 박재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도심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건축법 등 관련법규를 엄격히 적용해 화재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일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권고나 교육, 점검 위주인데 이를 강제 시정 조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사진 설명

지난해 2월 서울 인사동 먹자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상점 19곳이 불탔다. 20개월이 지난 21일 둘러본 종로 일대의 화재 위험은 여전하다. [중앙포토],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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