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방산비리는 안보 위협하는 이적행위다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군사분계선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남북 간의 군사적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선 우리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81㎜ 박격포 개발을 시작으로 국산무기 개발에 힘써 왔다. 무기구매의 규모가 커지자 경쟁이 생기고 로비도 치열해졌다. 방위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고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인식도 생겨났다. 정부는 방산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2006년 방위사업청을 설립해 각 군에 나눠져 있던 무기체계 구매 임무를 방사청으로 통합시켰다. 방사청의 설립 의도는 ‘가장 좋은 무기를, 가장 투명하게, 가장 좋은 조건으로 구매한다’는 것이었다. 각 군이 독자적으로 무기를 구매하면 비리가 생길 소지가 많기 때문에 방사청으로 일원화시켜 방사청만 집중적으로 감시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감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로비만 집중되었다.

 무기사업의 문제점 중 첫 번째는 실적 홍보를 위한 각종 악습이다. 국산무기 개발을 선전할 때는 반드시 ‘외화 절감효과’라는 말이 따른다. 이로 인해 수입하는 것보다 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게 된다. 무기 가격에는 개발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개발비를 줄이는 것이 가격을 싸게 만드는 것이다. 개발비는 각종 시험평가와 개발기간에 따른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우리 국산무기들의 개발기간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다.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시험평가도 적게 하고 기간도 짧게 만든다. 그만큼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방식이다. 무기 개발이나 구매를 위해서는 각 군이 성능의 기준을 제시한다. 이것을 ROC(작전요구성능)라고 하는데, 기술력이 안 돼 ROC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군의 의견을 무시하고 ROC 기준을 낮춘다. 대표적인 사례가 K-2흑표전차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합쳐 세트처럼 만든 장치) 문제다. K-2전차는 ROC를 낮춤으로써 70년대에 개발된 유럽산 전차보다 순발력이 떨어진다. 또 무기를 구매할 때 싼 가격에 도입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군이 원하는 우수한 성능기준을 충족시키는 업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이면 공개입찰이 안 된다. 이때도 해당 ROC를 없애 버리면 그만이다. 그 사례가 바로 스텔스 기준을 없애버렸던 공군 FX-3(차기전투기 도입) 사업과 통영함 소나 도입이다. 공개입찰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빼버리니 성능을 무시하고 가장 싼 무기가 선정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번 시작한 개발은 멈추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뜻하지 않은 난관으로 도저히 성능과 가격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개발 성공을 선언해 버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 내부에서 탄이 폭발하는 결함이 발견된 K-11차기복합소총이다. 미국은 같은 개념의 무기를 만들다가 10년 전 포기했다. 도저히 목표성능과 목표가격인 3만 달러를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무기구매의 가장 나쁜 사례는 서류 조작이다. 2억원짜리 소나를 서류 조작해 41억원에 납품한 통영함 사건, 성능 미달의 홍상어 어뢰와 청상어 어뢰의 시험평가 서류 조작, 95만원짜리 USB, 각 군의 공통적인 짝퉁부품 등등…. 초기에는 돈을 받고 선정해주는 역할을 하던 일부 방사청 군인들이 이제는 서슴지 않고 서류 조작까지 하고 있다.

 방산 비리는 ‘군피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중령은 53세, 대령은 56세가 되면 전역한다. 자녀들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아직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재취업을 할 때 전공을 살리게 되면 아주 높은 연봉을 보장받게 된다. 그게 바로 전관예우가 적용되는 해당 분야의 방산업체 취업이다. 현직에 있는 군인은 전역 선배의 청탁을 들어주고, 자신도 얼마 후 전역하면 또 방산업체에 취업해 청탁하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은 전역 전 5년 이내에 근무한 해당 분야에 2년간 취업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느슨하다. 동일 분야가 아니더라도 전관예우는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제대 군인은 방산업체에 전역 후 최소 3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무기개발과 구매사업은 일부 군인을 위해 하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 생존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다. 방산업체에 무조건 싼 무기만 요구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확실한 성능을 요구해야 한다. 또 해당 분야 군인에게 실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하며 강력한 도덕성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어긴 것이 발각되면 이적행위로 간주해 그 어느 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한다. 음식 재료에 비리가 들어가면 이를 먹는 일부 국민의 건강이 나빠지지만 방위산업에 비리가 섞이면 국가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방산 비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고 강력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