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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영업·전략 두루 거쳐 … 합리적 일 처리 강점

윤종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가 후보 면접을 보러 2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KB금융 본점에 들어서고 있다. 윤 내정자는 이날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 투표에서 9표 중 6표를 얻어 단독 후보로 선출했다. [뉴스1]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윤종규(59) 전 KB금융 부사장이 낙점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네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투표를 거쳐 윤 전 부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 내정자는 다음주 이사회의 정식 추천 절차를 거쳐 다음달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윤 내정자는 KB금융에 몸담았던 기간이 7년으로 면접에 올라간 후보들 중 가장 길다. 그만큼 임직원들이나 사외이사들과도 친숙한 인물이다. 재무·영업·전략을 두루 거쳐 내부 사정에 밝다. 이 때문에 내분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빠르게 추스르고 조직원들을 다독이는 데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강점이 국내외 네트워크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의 경합에서 최종 승자가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종 후보로 선출되려면 회추위원 9명 중 6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김영진 회추위 위원장은 “윤 후보와 하 후보가 첫 투표에서 각각 5표와 4표를 받았으나, 2차 투표에서 윤 후보가 6표를 얻어 최종 후보가 됐다”고 밝혔다. 한 회추위원은 “지금은 거물이나 명망가보다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킬 사람이 필요하다는 데 위원들의 생각이 모였다”고 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KB에 ‘스타’가 아닌 ‘힐링’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윤 내정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직원들을 보듬어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 출신의 윤 내정자는 광주상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고 졸업 후 첫 직장 생활을 외환은행에서 시작했다. 재직 중 공인회계사 자격을 얻고, 행정고시(25회) 필기시험에도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전력이 문제가 돼 공무원에 임용되지 못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동아건설 워크아웃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맡아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이던 2002년에는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KB로 스카우트 했다. 이후 재무담당 부행장, 개인금융그룹 담당 부행장을 거쳤다. 이어 2010년 어윤대 KB금융 회장에게 다시 발탁돼 지난해까지 지주사 재무·리스크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국민은행 한 본부장은 “부하 직원에게도 말을 놓지 않을 정도로 겸손한 성품에다 합리적인 일 처리로 신망이 높았다”며 “행원부터 출발하진 않았지만 임직원들이 ‘내부 출신’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영향”이라고 말했다.

 내부를 잘 아는 수장의 등장으로 일단 업무 공백은 최소화되고 조직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내정자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도 대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KB금융 사태를 촉발한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재연되는 걸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해야 한다. 국민·주택은행이 통합한 지 13년 가까이 됐음에도 여전히 출신별 파벌로 나뉜 내부 조직을 통합할 방안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윤 내정자는 “KB금융 가족이 화합해야 고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서 “행장 선임 여부는 이사회와 논의해 적합한 방안을 찾고, 내부 인재를 기르기 위한 일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등으로 추락한 KB금융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도 시급하다. 윤 내정자는 “어느 고객으로부터 ‘대출을 가장 먼저 갚고 싶은 은행이 국민은행’이란 따끔한 지적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며 “리딩뱅크는 구호가 아니라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딩뱅크’를 자임했던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지점 수(1164개)가 가장 많은 등 ‘덩치’는 크지만 수익성에선 3~4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5462억원) 규모는 한때 선두를 다퉜던 신한은행(8421억원)에 크게 뒤처진 것은 물론, 덩치가 훨씬 작은 기업은행·하나은행에도 밀렸다. 지주사의 위상 역시 쪼그라들어 있다. KB금융의 자산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299조원으로 신한금융(323조원), 하나금융(314조9000억원), 농협금융(310조9000억원)에 이은 4위다. 다른 지주사들이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ING생명 인수 등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 인수도 내분 사태의 영향으로 승인이 늦춰지고 있다.

조민근·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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