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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횡령 사건 잇따라 … 관리·감독 대책 절실

천안시 백석동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시설. 112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천안시의 위탁업체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천안시가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혈세를 들여 지원한 위탁금과 보조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올해 들어서만 2건 발생했다. 횡령한 지원금 규모만 140억원에 달한다. 두 사건 모두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청렴도 향상을 위한 천안시의 노력은 올해에도 공염불이 됐다.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천안시 백석동의 시내버스 차고지.
천안시가 지급한 위탁 운영비를 횡령한 재활용 처리시설 업체 대표가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그가 횡령한 위탁비는 112억원에 달한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천안 지역 음식물과 재활용 선별, 소각장 같은 시설을 위탁 운영하면서 천안시로부터 112억원 상당의 위탁비를 받아 횡령한 운영업체 대표 J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자 27명을 같은 협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친·인척과 지인 등 21명을 허위 직원으로 만들어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해 생활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법인카드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타 사업장 운영 자금으로도 활용하고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J씨는 횡령한 자금으로 구입한 부동산과 개인 사유지(과수원, 밭)에 직원들을 수시로 동원하고 심지어 일부 직원(7~8명)에게는 밭농사와 사적인 업무를 전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시 공무원들도 사건에 연루됐다. 상품권을 받거나 자택 수리를 제공받고, 수사 기밀을 알려준 천안시 비위 공무원들이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직원들을 불러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공무원의 자택 집수리에 동원했다. 공무원들은 자택 집수리와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받았다. 경찰로부터 수사 협조 요청이 오자 수사 사항과 요청 자료 목록 같은 수사 기밀을 업체에 알려 증거 서류를 조작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천안시가 예산 절감을 위해 위탁사업을 시행했지만 특정 지역 업체가 장기간 운영하는 구조에서 민관 유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3월 천안시 백석동에 들어선 음식물 자원화 시설과 이듬해 11월 준공한 재활용 선별시설은 ‘폐기물 처리시설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백석동 소각장주민협의체가 H환경㈜을 설립해 협의체 대표였던 J씨가 맡아 운영해 왔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천안 지역 시내버스 회사들이 현금 수입을 횡령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적자를 부풀려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3개 버스회사는 보조금을 빼돌리기 위해 회계장부 조작은 물론 회사별 수입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담합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회사당 20억원에서 85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적자를 부풀려 19억원에서 25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편취한 시내버스 업체 대표 3명과 관계자 2명 등 5명을 ‘특정경제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여기에도 전 공무원이 개입됐다. 버스업체의 비리를 눈감아 주고 보조금 증액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전 천안시 공무원과 교통량 조사와 경영평가를 부실하게 해주고 돈을 받은 실사 용역업체 연구원도 적발됐다.

지난 8월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비자금 조성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들이라고 하지만 이번 일로 천안 지역 시내버스 요금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졌고, 천안시가 사용할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시민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벌금과 함께 실형(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실제 시는 버스업계에 지급한 보조금을 2010년 86억원에서 2013년 155억원으로 80.2% 증액했다. 버스 요금도 같은 기간 1100원에서 1400원으로 27.3% 인상돼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에 버스회사 적자액은 2010년 67억원에서 2013년 104억원으로 55.2% 증가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다.

끊이지 않는 비리로 천안시의 청렴도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기초자치단체 청렴도 평가에서 천안시는 종합청렴도에서 전국 75개 시 가운데 5등급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인사·예산집행·업무지시 같은 조직 내부 업무와 관련한 부패 경험 및 부패 인식을 측정한 내부청렴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6.93점을 기록해 전국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천안시의 청렴도 향상 대책은 여전히 답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추진되는 시책 대부분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고, 비리 공무원에 대한 징계 규정도 변화가 없어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비리와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청렴 교육보다 강한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인허가와 관련한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을 견제·감시하는 감사 제도가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특히 오랜 기간 같은 사람이 근무하지 않도록 해 비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단체에는 결산을 꼼꼼히 살피는 데 반해 정작 위탁사업에 대한 검증 시스템은 부실해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따라서 민간 위탁사업에 대한 결산과 회계 처리 문제 같은 검증을 보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근 시·군과의 교차 감사나 충남도 차원에서 공공기관 사업 위탁업체에 대한 집중 순회감사제도 운영,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감사위원회를 통한 검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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