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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자수에서 쏙쏙 뽑아낸 현대 의상의 영감

신주영 작가의 드레스 ‘무궁’(왼쪽)과 시에나 마르츠의 드레스 ‘River of Red Silk’.
8일 오후 4시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관 10주년 기념전 ‘예술을 입다: 실과 나(Wearable Art: Inspiration in Thread)’(10월 8일~12월 30일)의 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를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정영양 박사(78)는 감개가 무량한 표정이었다.

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그는 1960년대부터 한국 자수(刺繡)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온 인물로 70년대 도미, 뉴욕대에서 미술교육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79년 출간한 『동양자수의 기술(The Art of Oriental Embroidery)』은 8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의해 ‘올해의 미술서적’으로 선정됐다. 뉴왁박물관은 지난 9월 21일 정 박사를 한국인 최초의 ‘명예의 날(Honoring Day)’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평생 모은 600여 점의 자수 유물과 작품을 숙명여대에 기증했고 숙명여대는 그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설립해 2004년 5월 문을 열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축사에서 “지난 10년간 여성 생활사 및 풍속사 자료 수집과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문화예술 체험의 장을 확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의 중심기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치하했다.

워싱턴 텍스타일 박물관 리 탈봇 큐레이터는 “정영양자수박물관의 뛰어난 다문화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 다양한 민족들의 텍스타일 전통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며 “영리한 옷감이 체온을 조절하고 착용자의 맥박을 체크하는 시대에 텍스타일 아트 박물관들은 변화무쌍한 응답들에 깨어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에 열린 개관 10주년전은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과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 12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체 주제이기도 한 ‘예술을 입다: 실과 나’에서는 청나라 왕자가 입었던 용포와 60세 생일선물로 드리던 백수문포, 중국 여성들이 주요 행사때마다 입던 하피, 어깨 부분이 톡 튀어나온 몽골포, 학과 소나무 등 장수 상징물을 새긴 일본 에도시대 홍색학문 우치카케, 그리고 1967년 일본 전시회를 마친 후 청와대의 요청으로 정영양 박사가 제작한 자수 병풍 ‘통일’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시본으로, 처음 만든 원본은 청와대가 소장하고 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무궁화 문양을 도안으로 풀어냈으며 동양철학에 근원을 두고 문화유산을 재해석해온 신주영 디자이너는 두 겹의 서로 다른 소재에 무궁화를 프린트해 선보였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에나 마르츠는 중국 전통 단추의 짜임새와 자수 매듭의 기법을 결합해 조각적인 드레스를 만들어냈다. 또 이진윤 디자이너는 실크 오간자를 활용해 ‘주름’이라는 화두를, 이명옥 디자이너는 ‘구름’이라는 문양을 형상화했다. 미국의 저명한 태피스트리 작가 존 에릭 리스가 홍색학문 우치카케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한 ‘근육문양 기모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영양 박사는 “뉴욕에서는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자수를 배우게 하려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소개하고 “국내에서 손재주 있는 젊은이를 뽑아 큰 세상에 내보내는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토마스 허바드 한국소사이어티 이사장,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글 정형모 기자, 사진 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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