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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 계획

서울시가 서울역 인근 고가도로를 ‘보행자 전용 녹지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시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 시민들은 별다른 불만없이 그대로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숙된 지금은 사업 타탕성을 놓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12일 교통을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고가도로를 개방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1970년 준공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테이프 커팅을 위해 고가도로를 걸어 올라간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5층 건물 높이의 고가도로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사방이 트여 있어 제법 그럴싸한 경관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이 고가도로는 당초 노후화로 인해 철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까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같은 하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고가도로는 새로운 운명을 맞고 있다.



하지만 공원화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당장 주변 남대문시장 상인 등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고가도로가 공원이 될 경우 교통체증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교통대란 유발하는 공원화 사업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택시 기사들도 서울시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역시 교통혼잡으로 생업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 사업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사려 깊은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공원화가 최종 결정된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냐도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서울시의 계획은 뉴욕의 하이라인과 유사한 ‘서울판 하이라인’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길이 2.33㎞의 하이라인은 사용하지 않는 고가철로에 공원과 함께 산책길을 조성한 것이다. 2009년 1단계 공사가 완료된 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지난 9월에 전구간이 완공됐다.



개인적으로는 뉴욕의 하이라인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에 반대한다. 서울역은 서울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그 앞에 있는 조성되는 공원이라면 나름대로 서울의 특징을 제대로 상징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뉴욕의 하이라인은 93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든 ‘프롬나드 플랑테(가로수 산책길)’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따라서 뉴욕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공산품을 생산하듯 도시의 각기 다른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공원을 찍어내는 것과 다름 없다. 이럴 경우 공원은 복제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서울의 역사와 시민들의 생활 방식을 잘 살펴야 된다. 원래 서울역 고가도로는 산업화의 부산물이었다. 개통 당시 서울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었다. 도시의 팽창과 함께 원활한 교통을 위해 고가도로와 지하도로가 많이 건설됐다. 서울 시민들은 한 때 이런 새로운 건축물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경제성 이익 외에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공원으로 탈바꿈할 지라도 결국 보행자들의 교통로가 될 것이다. 차량 대신 시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외국의 사례를 모방하는 녹지공원이 아닌, 서울의 명물이 되기 해서는 서울의 거리다운 매력이 있어야 한다.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정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특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서울시의 연구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로버트 파우저 - 미국 미시간대에서 동양어문학 학사와 언어학 석사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에서 언어학 박사를 받았다. 일본 교토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후 현재 미국에서 집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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