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희생자 급증하는 아프리카의 에볼라 진원지

최초 발병국인 기니를 비롯, 인근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3개국에서는 8월 이후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3개국에서 에볼라를 근절시키지 못할 경우 전세계가 에볼라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일박쥐 잡아먹어야 하는 현지 가난 방치하면 에볼라 못 잡아

‘에볼라 진원지’에서 본격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5월부터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최근 시에라리온 동남부의 카일라훈 진료소에서 에볼라와 싸우고 있 '국경없는 의사회'(MSF) 소속 의료진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소개했다. 카일라훈은 시에라리온에서도 에볼라가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지역이다. 이 곳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들은 격리된 치료센터에서 일하기가 무엇보다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의료진들은 환자를 대하기 전에 생물학적으로 자신을 환자와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주복 같은 옷을 입어야 하고, 장갑·마스크·안경도 써야 한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피부가 조금이라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최소 2인 이상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한 번에 최대 40분 정도 환자를 돌본다. 한 팀이 매일 5~10명의 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진은 환자뿐 아니라 함께 진료하는 동료들의 상태도 살펴야 한다. 감염을 우려해서다. 의료진도 격리 치료실로 들어가기 전 제 3자로부터 간단한 검진을 받는다.

의료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에볼라와 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백신도 없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사실상 없다. 이곳에서 치료 받는 에볼라 환자들의 생존율은 30~40% 정도다. 의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의료진의 노력 덕분에 에볼라 환자 세 사람 중 한 사람 꼴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게 작은 위안이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현재 에볼라와 싸우는 모든 지역에서 정상 수용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환자를 받고 있다. 카일라훈에서만 80개 정도의 병상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에볼라와 싸우는 비정부기구(NGO)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확산되는 에볼라를 통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의료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현재 시에라리온에 있는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도 에볼라에 감염돼 희생됐다. WHO에 따르면 10월 7일 현재 기니ㆍ시에라리온ㆍ라이베리아에서만 398명의 의료진이 진료 도중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중 229명이 숨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에볼라 공포에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폐쇄되는 병원이 나오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사망자는 지난 5월 말 처음 발생했다. WHO에 따르면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는 5월 초까지만 해도 에볼라 확진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5월 27일 시에라리온 동남부 국경도시 코인두에서 5명이 에볼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코인두는 지난 1월 에볼라가 처음 시작된 기니 남서부 국경도시 구에케도우와 인접한 곳이다. 따라서 구에케도우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국경을 넘어 시에라리온 코인두에 전파된 후 이곳에서 가까운 도시 카일라훈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에볼라는 삽시간에 시에라리온 전역으로 확산됐다.

6월 중순 이후부터는 라이베리아에서도 본격적으로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라이베리아에선 이들 세 나라 중 가장 늦게 에볼라가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들 세 나라가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는 2000년대까지 이어진 내전으로 인프라가 거의 파괴돼 에볼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이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전폭 지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

돌이켜보면 이번 에볼라 사태는 국제사회가 평소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에볼라의 창궐 원인은 가난한 서아프리카 국가의 주민들이 과일박쥐를 잡아먹은 것이 원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들의 식량위기가 국제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볼라와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고비다. 8월 이후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14일 “향후 두 달 동안 확산을 막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없을 경우 한 주에 1만 명씩 감염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희망의 조짐도 보인다. 국제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여전히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월별 증가율이 9월 11일 이후 한풀 꺾였다. 국제사회가 에볼라를 ‘아프리카의 일’로 넘기지 않고 힘을 합쳐 싸워나간다면 증가율뿐 아니라 감염자 및 사망자 수도 조만간 꺾일 것으로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poleeye@posri.re.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