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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화 재개 움직임은 결국 돈 때문

최근 북한의 움직임 중에 놀라운 것은 북한 수뇌부가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인천아시안게임에 갑자기 나타났던 것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북한 당국이 고집하고 방어해 왔던 입장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북한은 11년 만에 유럽연합(EU)과 인권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또 유엔의 북한 관리는 자기 나라에 강제수용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노동교화소의 성격에 대해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북한이 공개 석상에서 형사처벌 체계에 대해 언급한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마지막으로 북한 관리들은 최근 서방 전문가들과 세 번의 만남에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먼저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아주 크고 바람직한 정책의 변화다.



전 평양대사 에버라드 대사 칼럼
중국 원조 줄자 다른 파트너 찾아
일ㆍ러ㆍEU 모두 북한 지원 안할 것
한국, 北 적극 돕되 휘둘리지 말아야

국제사회는 북한을 이 약속 속에 가둬놓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동안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게 가장 놀라운 뉴스였지만 이제 그가 다시 나타난 이상 장기적인 의미를 갖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북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해 2월 중국이 대북 원조에서 현금을 제외하는 식으로 원조의 구성을 바꾼 것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당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중국을 화나게 만들었다. 김정은이 취임 이후 한 번도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도 냉각된 북ㆍ중 관계를 보여준다. 중국이 친구로 생각하던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이렇게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전보다 더 북한에 투자하기를 꺼리게 된 건 당연한 일이다. 북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북한은 공식 메시지에서 ‘우호’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ㆍ러 수교 66주년 기념일에 즈음한 따뜻한 대러 메시지와 비교된다. 또 중국과의 수교 기념일인 지난 6일 북한의 미디어는 조용했다.



북한은 줄어든 돈을 메울 필요성이 생겼고, 대중 경제 의존도도 낮추려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경제적 파트너를 찾아나섰다. 일본과 납북자 문제에 대한 대화에 나선 것도 전쟁 보상금을 받거나 경제제재를 완화해 보려는 포석이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던 지인은 북한 사람들이 ‘일본 대박’에 대해 신이 나서 얘기하더라고 전해줬다. EU와의 인권 대화, 유엔에서의 전향적인 태도도 다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과의 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납북자 문제 해결은 필요하지만 북ㆍ일 수교나 보상금 지급에 충분한 요소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인들도 확실한 투자 기회가 있고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북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유럽에 갔던 북한 사절단은 원조와 무역은 커녕 고위급 회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결국 북한이 갑자기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중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낼 가능성이 없는 경제적 지원을 한국이 해줬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황병서와 같은 최고위직을 최고 지도자의 전용기에 태워 보낸 것도 북한이 얼마나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지 보여준다. 대북 삐라를 둘러싼 총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조금 있으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이다. 지난 15일 열린 군사회담이 5시간 만에 결렬됐지만 남북 간에 쌓인 현안의 규모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김정은이 다시 나타나 위성과학자 주택지구를 방문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과학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준비했던 인력들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국제사회와 건설적인 관계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다른 옵션도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6일 서해상, 10일 휴전선 너머로 총격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가 이 엄청난 전략적 기회를 잘 활용하길 바란다.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북한은 최대한의 혜택을 받아내고 최소한의 상징적 양보만 내주는 데 전문가다.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 자신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중국을 갈라놓으려고 한 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좋은 관계가 그런 일을 막아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는 앞으로 몇 달 새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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