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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족적 어떻게 없애나

카카오톡이 논란에 휩싸인지 한 달이 됐다. 그 사이 텔레그램은 한국 앱스토어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톡에 실망해 대안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몰리고, 그에 따라 서비스는 더 나아지고, 더불어 수요가 더 늘게 된다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도 나타나고 있다. 일정 기간 양대 체제(카카오톡-텔레그램)가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더 나은 서비스 하나가 독점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논란의 카카오톡’ 한 달
지울 수 없는 나의 디지털 족적,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상 탈퇴해야만 지울 수 있는 내 정보
족적 남기기 싫다고 홀로 ‘원시인’ 될 순 없어
안보용 감청은 용인해야… 정부 신뢰 회복이 우선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이용자들의 데이터 주권 찾기 등 그동안 미뤄온 여러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온라인 검열과 실시간 감찰에 대비한 프라이버시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테러를 방지하고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서버에 몰래 침투해 검열 프로젝트(Prism Project)를 시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유럽에서 크게 반발한 것이다. 카카오톡 논란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먼저 서버에 대한 사용자들의 데이터 주권 의식을 거론했다.



탈퇴해야 확실하게 지울 수 있어



카카오톡이나 라인(Line)처럼 비공개 공간에서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매체는 '폐쇄형 SNS'로 분류된다. 이 경우, 서버에 저장된 나의 메시지를 삭제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네이버나 구글, 페이스북처럼 개방형 웹 공간과는 사정이 다르다. 주요 포털에선 개인이 올린 게시물은 업체에 연락해 삭제할 수 있다.



내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온전히 삭제하려면 다음카카오 서버를 직접 해킹해 침투하지 않는 이상, ‘탈퇴’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일 특정 메시지만 골라서 지울 수 있다면 그건 곧 업체가 서버 내 메시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개인 대화가 오가는 폐쇄형 SNS 특성상, 이것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 업체로선 치명적이다.



카카오톡이 “서버 저장 기간을 2~3일로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해당 서비스의 용량이 가득 차 새로운 메시지가 덮어 씌워지는 것(Over-write)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모두 소비자 입장에선 적극적인 행동이 아닌 수동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는 탈퇴가 답인 셈이다. 모든 서비스는 탈퇴 시 모든 정보가 삭제되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업체가 그 약속을 지킨다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탈퇴를 했어도 업체가 정보를 다 지웠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신이 커졌다는 뜻이다. 서버에 저장되는 것이 싫어서 탈퇴를 할 경우, 자신만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딜레마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장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저장 용량이 늘어날 때마다 기술진들은 늘 박수를 쳐왔고, 그에 비례해 이용자의 편의도 더욱 커져왔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하고 나선 상황인 만큼 IT 업체들이 다같이 서버 저장기간을 명시하자는 등의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약관에 명시하지 않고도 메시지를 서버에 보관해왔지만, 이 같은 관례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어떤 서버를 쓰는지 다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업체가 직접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애플(Apple)은 소비자에게 ‘이메일이 전송된 뒤엔 서버에 카피본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느냐’는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서버에 데이터를 남길지 여부를 소비자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월 보안 체계를 낱낱이 공개하는 ‘화이트 페이퍼’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아이메시지(iMessage)는 단말기끼리 암호화된 형태로 문자를 주고 받는데, 이 과정에서 서버는 해당 문자의 암호를 풀 수 없도록 설계돼있다”고 명시돼있다. 보내고 받는 사람들만 서로 볼 수 있도록 각 단말기에 개인 암호(Private keys)가 설정되는 체계라는 것이다. 유저들의 신뢰도 더욱 높아졌다.



영국선 이용자의 정보 선택 권한 등 두고 논의



지난해 초, 영국 옥스퍼드대 윌리암 듀턴(William Dutton) 교수가 쓴 ‘사물인터넷 시대 학제(學際)간 연구보고서’에는 ‘이용자 스스로가 지닌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리’가 명시됐다. 우리의 일상이 낱낱이 정보로 읽히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소비자도 주고 싶은 정보만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반에는 프라이버시를 곧 인권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제어할 지 여부도 프라이버시와 직결돼있기 때문에,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건 곧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은 “우리도 마찬가지로 학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규범(Norm)은 해당 그룹 안에서 합의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에선 은근한 방법으로 악순환에 대처하는 전략을 구상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카카오톡 상 사이버 명예훼손이 심각하다면,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우리끼리 하는 카톡 내에서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낫다.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물지만, 우리나라는 100만원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법·제도는 물론 사회적 인식도 기술의 발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술’의 범위는 아직도 ‘일대일 통신’에 갇혀있다. 감청이든 압수수색이든 일대일 통신에 한해선 법 체계가 꽤 잘 잡혀있지만 지금은 다자 통신의 시대가 아닌가. 다자간에 이뤄진 대화를 두고 어떻게 압수수색을 할지, 영장의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조차 없는 상태다”고 했다.

분단국가 현실에서 안보를 제쳐두고 데이터 주권만 주장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간첩수사와 테러 방지 등을 위해선 일정부분 감청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개발자는 “미국 정부가 테러 대비를 이유로 검열을 하는 것에 대해선 미국 여론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정부도 합당한 안보 수사에만 활용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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