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

17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휘어져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사고 직후 경찰이 현장 검증을 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뉴스1]




17일 오후 5시 53분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현장에서 벌어진 환풍구 붕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날 걸그룹 공연은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한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중 한 행사였다. 사고 당시 1000여 명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 치어리더 공연 등에 이어 첫번째 출연자인 걸그룹 ‘포미닛’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했다. 10여분 뒤 환풍구를 덮고 있는 철판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학생과 시민 등 25명이 18.7m 아래로 추락했다. 바닥은 지하 주차장 4층이었다.



이날 인근 건물 옥상에서 한 시민이 찍은 동영상에 따르면 포미닛 공연 도중 무대 좌측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잠시 뒤 먼지가 솟아올랐다. 환풍구 윗쪽을 막고 있던 철판 12개중 8개가 위에 올라 있던 관객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져내리면서다. 현장에서 사고장면을 목격한 관람객 이모(27) 씨는 “환풍구 덮개 위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땅이 꺼지는 느낌이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연 잘 보려고 환풍구 올라



행사를 전후해 사고 조짐은 있었다. 현장에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무대 앞을 제외하고는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무대를 잘 보기 위해 지상 약 1m 높이로 돌출돼 있는 환풍구에 올라가 환호했다.



사고 당시 환풍기 끝쪽에 앉아 있다가 지하 4층으로 떨어져 경상을 입었다는 인테리어업자 강모(47)씨는 “젊은애들이 위에서 춤을 추는지 쿵쿵 뛰고 하니까 출렁출렁하는 게 사고조짐이 있었다”며 “안내 방송은 몇차례 했으나 주변에 안내요원은 안 보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나도 사람들 위로 떨어졌는데 뽀얀 먼지와 비명소리밖에 안 들렸다”며 “크게 다치지 않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사람들을 부축하기 시작한지 10~20분 후에 소방대원들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러갔다가 사고 10분전쯤 구경을 하려고 환풍구 쪽으로 갔다고 했다.



공연을 보고 있던 진모(21ㆍ여)씨는 “사회자가 공연 시작 직전 몇차례나 환풍구쪽을 가르키며 위험하니 내려와달라는 말을 했지만, 별다른 제지 없이 공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무대 근처에서는 안전요원이 보였지만 환풍구 등 주변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119구조대와 경찰 등은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를 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11명 중 8명은 중상이다. 한편 주최 측 행사 실무 주관자였던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과장 오모(37)씨가 1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환풍구 덮개 위에 30명 가까이 올라서자 하중 못 견뎌



환풍구는 기울어진 형태로 낮은 곳은 땅에서 1.2m, 높은 곳은 2m 높이였다. 사고 환풍구에는 철제 빔이 십자형으로 설치돼 있고 그 위에 격자형 철판 형태의 덮개가 놓여 있었다. 환풍구 벽면을 보니 덮개를 받치기 위해 10㎝가량 튀어나온 형태로 붙어 있던 쇠받침대가 부서져 있었다.



무너진 덮개는 지하철역 주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살 모양 철제 덮개다. 특히 화단으로 이어져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림막이나 접근금지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는 박모(34)씨는 “사고 환풍구는 화단으로 평지와 연결돼 있어 한 발로만 껑충 뛰어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며 “평소에도 지나다니면서 그 환풍구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덮개를 받치는 철제 구조물에 불량 자재가 쓰이는 등 환풍구가 부실 시공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에 사고 사상자 27명의 1인당 몸무게를 평균 60㎏으로 잡으면 1620kg에 달한다. 대략 1.5~2t의 하중이다. 경찰은 “공연을 잘 보려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환풍구 위에 올라가면서 덮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규도 허술



주차장 환풍구는 ‘건축물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따르는데,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고, 배기구가 떨어지지 않게 견고하게 하라는 내용이 전부다. 하중은 법적인 규정이 없다. 반면 지하철 환풍구는 토목시설물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상당히 설계 기준에 차이가 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2009년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에서도 놀이터에 설치된 지하주차장 환풍구 지붕에서 놀던 한 어린이가 지붕이 깨지면서 10m 아래 지하 주차장으로 떨어져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다. 당시 경찰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관련 법규를 검토 했지만 마땅한 안전 규정이 없어 애를 먹었다.



노진호ㆍ윤정민ㆍ구혜진ㆍ김성탁ㆍ정효식ㆍ윤호준 기자 sunty@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