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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칼럼] 아빠를 휴직시킨다면

[일러스트=강일구]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A: 도와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육아에 소질은 확실히 없어.



 B: 기본적으로 수유를 못 해서 아냐?



 A: 육아휴직 영향도 커. 남편은 일하고 나는 쉬니까 내가 당연히 1차 책임자가 되잖아.



 B: 맞아. 그러는 동안 남편들은 기저귀도 못 갈고 분유도 못 먹이게 된다니까.



 A: 남자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무화해야 되는 거 아냐?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다. 하지만 대화의 결말은 일종의 동화고 상상이다. 우리는 “너무 나갔나”라며 각자의 육아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은 이렇다. 지난 주말 나는 남편과 아이만 거실에 남겨놓고 사라져 봤다. 남편이 큭큭 웃는 소리가 불현듯 들렸다. 슬쩍 보니 TV를 틀어놨다. 기저귀를 다 채우지 못한 아이는 혼자 앉아 논다. TV 홈쇼핑에서 부대찌개를 팔고 있다. 어떤 부분이 웃겼는지는 남편의 체면을 위해 비공개한다.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인생 계획을 우리 가족 중심으로 짠다. 책임감도 강하다. 일상에서도 그렇다. 아이를 돌볼 때면 성의껏 도와준다. 외출하면 아이와 짐을 도맡아 든다. 그런데 혼자 아이를 볼 때만 되면 왜? 그는 왜 늘 최고의 조력자에 머물까?



 우리의 상상대로 남성 육아휴직이 의무라면 어땠을까.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더 잘 돌보게 됐을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다.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바뀐 생각으로 보면, 아이를 놓고 출근한 사람은 엄마만이 아니라 엄마·아빠다. 아이 학교의 호출을 받을 사람도, 사춘기에 붙잡아 줄 사람도 그렇다.



 나와 친구는 정책을 잘 모른다.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제는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여성이 법에 따라 총 15개월을 휴직하면 “어떻게 그리 좋은 회사 다니느냐”는 소리를 듣는 시대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짧게라도 쓰면 ‘아방가르드한 아빠’로 불린다. 그런데 남성의 휴직을 강제하자고? 동화 속에서 애를 키우겠다는 배부른 소리 아닐까?



 동화 나라는 있다. 노르웨이는 1993년부터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다. 14주 이상 쓰지 않으면 아내의 육아휴직까지 몰수한다. 노르웨이의 출산율은 1.9명이다. 덴마크·아이슬란드·핀란드·스웨덴의 아빠들도 육아를 할당받는다.



 출산율이 1.19명인 한국으로 돌아오자. 내 친구는 둘째 낳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이 의무화된다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동화가 없으면 둘째도 없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워킹맘 칼럼 보낼 곳=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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