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남북 대화 불씨 어떻게든 살려 나가야

상대가 있는 대화에서 신의와 성실은 대화의 지속성과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대화 내용의 공개 여부도 마찬가지다. 비공개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공개하더라도 합의한 범위 내에서 하는 게 맞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대화 내용을 마구 공개할 경우 자칫 진실공방의 늪에 빠져 대화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부작용을 우리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남북 군사 당국자 간 접촉 전말을 일방적으로 폭로한 북한의 처사가 잘못됐다고 보는 이유다.



 북한은 접촉 하루 만인 16일 무려 9700자에 달하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을 통해 군사당국자 간 접촉이 이루어진 과정과 양측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남측이 먼저 비공개 접촉을 제안해 놓고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일방적으로 흘리고 있다며 우리 측에 화살을 돌렸다. 먼저 잘못한 쪽은 남측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전부를 공개했다는 주장이다.



 북한 측 보도에 따르면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벌어진 남북교전 상황과 같은 위험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자신들은 정중하고, 성의 있는 자세로 남측에 군 당국자 간 접촉을 거듭 제의했지만 남측은 시종 무성의한 자세를 보인 걸로 돼 있다. 그 과정을 다 폭로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받고 나서야 남측은 마지 못해 접촉 제의를 수락했지만 회담장에 나와서도 전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앵무새처럼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바람에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반박성명을 내고 ‘사실을 왜곡한’ 북한 측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또 남측은 합의된 범위 안에서 일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데 그쳤지만 접촉 과정부터 대화 내용까지 모든 걸 다 폭로함으로써 비공개 합의를 전면적으로 어긴 것은 북측이라고 비난했다. 먼저 남측이 비공개를 제안한 건 맞지만 북측도 대표단 명단을 통보하면서 비공개 접촉임을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비공개 접촉의 전말을 다 까발린 북한의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남측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투명한 남북대화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가 이번 접촉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먼저 제안한 점도 문제지만, 일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설명이 오락가락했던 것도 사실이다.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함으로써 북한이 던진 공을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NLL 주변에서의 무력충돌,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무력대응에 이어 군 당국자 간 접촉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빠르게 식고 있다. 그렇지만 이대로 대화가 무산돼서는 안 된다. 남북은 당초 합의대로 이달 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고, 이번 군 당국자 간 접촉에서 제대로 못 다룬 문제까지 포함해 남북 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