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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당 핵심 법안엔 밑줄 3개 … 표결 의무

스웨덴에는 ‘여성주의당’이 있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5.6%를 얻어 유럽의원을 배출한, 작지만 실력 있는 정당이다. 이름에서 보듯 이 당은 “인종주의자를 남녀 동권(同權)론자로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주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당론 늪에서 정치 구하자 ⑤
상향식 의견수렴 과정 거쳐 선정
밑줄 1개짜리엔 자유 투표

 당론은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을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게끔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많은 민주주의 정당에선 당론이 결정되면 구성원들은 이를 존중하고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집권당의 정책이 곧 국가 시책이 되는 유럽의 내각제 국가 정당에선 당론에 관한 기율이 강하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당 정체성과 관련된 핵심 이슈나 정책 외에는 의원 개인의 양심을 존중한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매주 원내총무(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의정활동 프로그램을 보내는데, 이때 법안에 밑줄(underline)을 그어 사안의 중요도를 표시한다. 핵심 가치와 정책을 다룬 법안에는 3개를 긋는데, 이 경우 의원들은 반드시 표결에 참여해 당론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소수가 당론 형성을 독과점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당의 핵심 가치나 당론은 철저히 상향식으로 결정된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행정조사심의관은 “유럽의 경우 당의 핵심 가치나 정책을 정할 때면 며칠에 걸쳐 치열하게 정강정책 회의를 열고 상향식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며 “당론을 수렴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화돼 있다는 게 우리와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법안엔 1개의 밑줄을 긋는다. 이땐 표결참여 의무가 없고,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도 관계없다. 이와 같은 ‘언더라인 시스템’으로 당론과 소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한다.



  미 의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속 정당의 당론이 소신과 배치될 경우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일지라도 쉽사리 뜻을 꺾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 벤 넬슨(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의 반대에 맞닥뜨렸다. 미 상원에선 ‘필리버스터(Filibuster·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법안 표결을 저지할 수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해선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전체 상원의원 5분의 3 이상)가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넬슨 의원에게 “필리버스터 저지 조건에만 찬성해주면 표결에서는 반대해도 좋다”고 간청했다. 여기에 넬슨 의원의 지역구인 네브래스카 옥수수에 대규모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당근까지 제시한 끝에 타협했다.



 경희대 서정건(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의 뜻이 곧 당론이 되고 이에 대한 충성을 요구받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대통령의 뜻에 맞서가며 소신을 지키고 지역구 이해를 관철하기도 한다”며 “이는 결국 의회의 존엄과 권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권호·유성운·허진·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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