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쇠창살 두른 중국어선 피하다 고속단정 뒤집혀





해경 불법조업 단속 이틀간 동행
해 저물자 300여 척 EEZ 넘어와
나포한 배 안엔 멸치·양미리 가득
선장 사망 이후 격렬 저항은 줄어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16일 오전 2시40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리 서쪽 120㎞ 해상. 군산해양경찰서 박세철(32) 순경은 칠흑 같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박 순경은 이날 군산해경 소속 3000t급 3010함에 검색요원으로 승선해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들어 중국인 선원들의 저항이 한층 거세져 생명에 위협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맥주병은 기본이고 칼과 쇠갈퀴를 휘두르는 선원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15일부터 1박2일 동안 실시한 서해 불법조업 특별단속에 동행하며 느낀 현장의 분위기는 일촉즉발, 그 자체였다. 특히 지난 10일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선장이 해경이 쏜 권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해경은 이번 단속에 1000t급 이상 대형 경비함 3척과 300t급 중형함 4척 등 17척의 함정을 투입했다.



 조금 뒤 전방을 주시하던 해경이 “중국 어선 불법조업 확인”이라고 외쳤다. ‘저기 좌우로 길게 혹처럼 튀어나와 있는 게 섬이냐’고 묻자 옆에 있던 해경은 “저게 바로 중국 어선”이라고 답했다. 쌍안경으로 확인해 보니 어선이 맞았다. 순식간에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3010함이 옆에 있던 1001함과 함께 40여 척의 중국 어선을 뒤쫓기 시작했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바깥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해경과 중국 어선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본격화하는 순간이었다.



 추격은 쉽지 않았다. 평소엔 20노트의 속도를 냈지만 이날 따라 2m가 넘는 높은 파도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한 바람 때문에 13노트밖에 낼 수 없었다. 30여 분의 추격 도중 K-5 권총 실탄 9발과 공포탄 1발이 담긴 K-5 권총 탄창과 경찰봉·랜턴 등이 대원들 몸에서 튕겨져 나가면서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끝까지 추적한 끝에 결국 2척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배에는 멸치 3000㎏과 양미리 등 생선 2500㎏이 실려 있었다.



 15일 검거 작전 때도 상황이 급박하긴 마찬가지였다. 오후 6시30분 어청도 남서쪽 160㎞ 해상에서 3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EEZ를 15㎞ 이상 침범한 사실이 포착됐다. 즉각 3척의 함정에서 6척의 고속단정이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1511함정 소속 고속단정 한 척이 쇠창살로 둘러싸인 중국 어선을 피하려다 전복되면서 대원 7명이 바다에 빠졌다. 다행히 함께 출동한 다른 고속단정 대원들이 곧바로 구조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국성 3010함장은 “지난주 중국인 선장 사망 이후 중국 어선들의 저항이 잠시 누그러진 상태”라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극렬히 저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작전으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4척이 나포됐다. 이들 중국 어선은 모두 군산항으로 압송됐다. 군산해경은 선장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불법 어업이 확인된 선원들은 전원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중국 어선 438척, 나포 후 담보금 안 내=문제는 이처럼 나포한 중국 어선이 해경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16일 오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난 부두에 50t 남짓한 낡은 청록색 목선 5척이 정박해 있었다. 녹색 그물망 가득한 배 곳곳에선 붉은색 깃발이 나부꼈다. 5개의 별이 그려진 중국 국기였다. 어선을 관리하는 용덕개발 이용선(59) 현장소장은 “지난달 인천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으로, 중국인 선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어선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어선의 관리 및 폐선 비용은 모두 해경이 부담하고 있다. 올해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은 모두 122척. 이 중 96척만 선주들이 담보금을 내고 찾아갔다. 나머지 26척은 잡힌 선원들의 노역으로 충당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민간업체에 맡겨 보관해야 한다. 해경에 따르면 2007년부터 8년간 중국 어선 438척이 253억4500만원의 담보금을 내지 않았다.



 중국인 선주들이 이처럼 어선의 소유권을 쉽게 포기하는 이유는 최대 2억원에 달하는 담보금이 부담스럽기 때문. 무허가 선박인 경우 중국에 돌아가도 고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중국 어선은 낡은 목선이 대부분이어서 큰돈을 들여 되찾지 않아도 손해볼 게 없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정명갑 인천해경 외사계장은 “찾아가지 않은 중국 어선은 공매에 내놓고 있지만 워낙 낡아 찾는 사람이 드물다”며 “그렇다고 계속 보관하고 있기엔 기름 유출 등 사고 위험이 큰 실정”이라고 말했다.



 어선 1척당 하루 5만~8만원인 보관 비용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폐선도 쉽지만은 않다. 해체할 경우 1t당 20만~25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철선은 그나마 고철 값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목선은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군산=임명수 기자, 인천=최모란 기자



사진 설명



16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해경이 검거하고 있다. 해경은 15일부터 1박2일간 1000t급 이상 대형 경비함 3척 등 17척의 함정을 동원해 서해 불법조업 특별단속을 벌여 중국 어선 4척을 나포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