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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쌀 수입, 막는 게 능사 아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선택에 직면해 있었다. 하나는 당시(실제로는 1986~88년)의 국내외 쌀 가격 차이(6.5배 정도)만큼 관세를 부과하고 쌀 수입을 자유화하되 그 관세를 10년간 10% 감축하는 것이었고(관세화), 또 하나는 당시 쌀 총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양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하여 10년간 그 양을 4%까지 늘리는 것이었다(최소시장접근).이 두 선택지는 통상교섭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서 만들어 놓은 것이니만큼 어느 한 쪽이 크게 유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관세화 개방이 원칙이었고 최소시장접근은 예외를 인정 받는 데 대해 대가를 치르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의무수입 물량을 낮은 수준에서 결정 받기는 어려운, 한 마디로 칼자루를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율 관세로 시작해도 단계적으로 삭감해야 될 것이고, 수출국들이 덤핑 수출을 하면 속수무책이라는 등의 주장에 휘둘려, 어떤 선택이 정말 우리 쌀 산업에 유리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해마다 늘어나는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선택을 하였다. 이렇게 한 번 늘어난 수입의무는 후일 관세화개방으로 전환해도 그 시점에서 더 늘어나지 않을 뿐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선택이 얼마나 불리한 선택이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2004년에 다시 의무수입 물량을 2014년까지 8%로 늘리는 선택을 했다. 당시 관세삭감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한 선택인데, 그 후 관세삭감 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아직도 10% 삭감된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참으로 뼈아픈 오판이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 지금은 사실상 전체 소비량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양의 쌀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500% 정도의 관세로 수입을 자유화하던지 아니면 지난 두 차례 때보다 더 큰 폭으로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지금은 국제 쌀 가격이 많이 올라서 국내외 가격 격차가 3배 정도로 축소된데다, 2001년부터 아직도 진행 중인 DDA가 타결될 때까지는 500% 정도의 관세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외국 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늘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의무수입 물량을 더 늘리는 선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현재 좌초상태인 DDA 협상이 언젠가는 타결되어 관세율이 대폭 삭감된다든가, 국제 쌀 가격이 크게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기우를 제기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곡물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국제 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고, 가까운 장래에 DDA가 타결되어 관세율이 크게 감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런 아주 낮은 가능성을 두려워하여 또 다시 싸워보지도 않고 쌀시장을 더 내어 주는 패배주의적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쌀 수입만 막으면 쌀 산업을 지킬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어차피 국산 농산물만으로는 우리 국민이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밀가루든, 잡곡이든, 축산물이든 수입을 해야만 하는데, 이런 농산물들은 국제가격에 가까운 값으로 국내에 공급되어 국내 식품시장에서 쌀과 경쟁하고 있다. 다른 국내산 먹거리도 질과 가격 양면에서 쌀과 경쟁한다.



 이직도 국제가격보다 3배 정도 비싼 국산 쌀은 이런 다른 먹거리와의 경쟁에서 패하여 계속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한 때 국민 일인당 일년에 137Kg까지 먹던 쌀을 이제는 67Kg 밖에 먹지 않으며, 총량으로 보면 한 때 500만톤 이상이었던 밥 짓는 쌀 수요가 작년에는 344만 톤에 지나지 않았던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만큼 육류, 과일, 채소 소비가 늘어난 것인데, 육류는 거의 수입 사료곡물로 만들어 진다.



 쌀 산업을 지키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관세화를 해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쌀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관세화를 하지 않고도 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은 시험을 안 쳐도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말과 같은데 여러분은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있는가?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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