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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세발자전거 타도 안전모 … 한국은 오토바이 헬멧 안 써"

조명진 박사는 “깨지기 쉬운 유리병을 안전한 종이팩으로 바꾼 스웨덴의 노력을 배우자”고 말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면 세월호 사고 이후의 충격요법식 일벌백계(一罰百戒)보다 스웨덴처럼 백년대계(百年大計)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되는 2048년을 목표로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세월호 6개월 대한민국 안전보고서
③ EU 안보 자문역 조명진 박사가 본 ‘세월호’
성장 제일주의가 세월호 만들어
상식·자율 키울 정신 재무장 필요
안전한 나라 ‘백년대계’ 추진을

 한국인으로서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 안보 자문역으로 2004년부터 10년간 활동해온 조명진(50) 박사. 1년간 안식년을 맞아 국내에 체류중인 그는 세월호 6개월(16일)을 맞아 본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려면 스웨덴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한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웨덴국방연구소(FOI), 독일국제안보연구원(SWP) 등에서 방위산업과 국제안보 분석 업무를 맡았다.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첫 손에 꼽는 안전 선진국이다. 스웨덴 언어에서 안전(safety)과 안보(security)를 동일하게 ‘Sakerhet’로 표기할 정도다. 조 박사에 따르면 스웨덴은 ▶자동차에 최초로 안전벨트 장착 ▶다칠 수 있는 유리병 대신 안전한 종이 팩 개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0명 지향(2012년 10만명 당 1명) ▶도수 높은 술은 국가주류 판매소에서만 판매하는 나라다.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의 안전 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조 박사는 “별로 바뀐 게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세발 자전거도 안전모를 꼭 쓰는데 서울에 와서 보니 오토바이 운전자가 헬멧을 쓰지도 않고 버스는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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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의 원인은.



 “안전을 뒷전으로 여기는 성장 제일주의가 만연했고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 안전망이 약화됐다. 이로 인해 국민의 공동체 연대의식은 약해지고 ‘나만 살겠다’는 개인의 이기적 안전의식만 키웠다.”



 -20년전인 1994년 북해에서 침몰한 에스토니아호와 세월호 사고의 닮은 점과 차이점은.



 “선박 구조 변경, 과적, 선장의 조타실 부재 등이 닮았다. 구조대는 세월호가 오히려 더 빨리 도착했다. 에스토니아호 사고는 파고가 높은 한밤중에 발생했지만 세월호는 파도가 잔잔한 아침에 일어났다. 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 때는 SNS가 없었다. 세월호 때는 SNS로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다 보니 비극이 증폭됐다. 그만큼 울분과 공분도 커졌다.”



 -스웨덴의 사고 처리에서 배울 점은.



 “우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분노를 의식해 선장과 선사 관계자를 서둘러 사법처리하고 해경 해체라는 충격 요법도 동원했다. 초기에 국민이 한목소리로 애도했지만 사고 재발을 막고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논의로 연결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변질됐다. 반면 스웨덴은 법적 처벌보다는 제도 개선과 선박 안전 기술 보완 노력에 더 집중했다.”



 실제로 스웨덴은 3년 만에 조사 보고서를 냈고 안전 강화의 계기로 활용했다. 예컨대 조타실을 2개 갖추고 기관실을 이중으로 설계한 안전 선박을 새로 개발했다. 97년에는 스웨덴 의회가 ‘비전 제로(도로 위 사망자 0명 목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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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는 6개월째 세월호에 갇혀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5월19일)에서 눈물로 진정성을 보여준 다음날 ‘세월호의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가자’고 선언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쳐 아쉽다. 스웨덴은 세월호 보다 희생자 수가 많았지만 1주일간 애도 기간이 끝난 뒤 평상시로 복귀했다. 나라 전체를 무한정 참담한 장례식 분위기에 몰아넣는 것은 국력 낭비다.”



 -아직도 실종자 10명을 찾지 못했는데.



 “ 에스토니아호 사고에서 852명이 숨졌고 시신 94구만 인양한 뒤 선체 인양을 포기했다. 대신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로 배 주위를 차단하고 침몰 해역을 안식처로 선포했다.”



 -세월호 같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상식과 자율이 우선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 준법정신을 키워야 한다. 사고 대비 훈련을 정례화하고,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에 민감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의식 회복을 위한 ‘하이-휴머니즘(High humanism)’ 같은 정신 재무장 운동이 필요하다.”



 - 스웨덴처럼 안전 선진국이 되려면.



 “스웨덴은 사민당의 맞춤형 복지 제도 덕분에 유급휴가가 41일(한국은 15일)로 유럽에서도 가장 길다 보니 산업재해사망자가 가장 적다. 이처럼 안전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문제다. 스웨덴의 경험에서 배우되 우리에게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학습이 중요하다. 안전의식이 관행으로, 관행이 전통으로, 전통이 관습으로, 관습이 문화로 뿌리내려야 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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