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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한국의 일본 알기

박보균
대기자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연구한다. 아는 만큼 친해진다. 연구 실적만큼 상대방을 압도한다. 정보가 승부를 결정한다. 그것은 역사·문화 분야에서 실감 난다.



 “일찍이 한국에 표범이 있었다”-. 2014년 초 서울서 열린 출판기념회 안내문이다. 출판(번역)한 책은 『한국의 마지막 표범(韓國の最後の豹』. 저자는 일본인 엔도 기미오(遠藤公男), 81세. 1962~63년 한국에서 표범 두 마리가 잡혔다(합천 오도산과 거창 가야산). 그 후 표범은 사라졌다. 저자는 표범 포획 상황과 운명을 추적했다. 그는 거기에 얽힌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 책은 짜임새 있는 현장 르포다. 출판모임은 ‘한국 범 보전 기금’이 주선했다. 그 단체는 호랑이·표범 복원에 열심이다. 단체대표인 서울대 이항 교수의 말이다. “우리의 마지막 표범 역사를 일본인이 수집, 기록한 것은 안타깝지만, 야생동물에게 무슨 국적, 국경이 있겠는가”-. 위안의 말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짙어진다.



 80대 저자는 초등교사 출신이다. 그의 회상은 잔잔한 감흥을 준다. “이 아름답고 위험한 동물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되짚고 싶었다. 작가 역할은 사건을 겪은 인물을 찾아가 확인하는 것이다.” 그 감회는 점차 성취감으로 퍼져간다. 그 말은 나에게 비수처럼 꽂힌다. 표범은 한국인이 먼저 다룰 소재다. 하지만 놓쳤다. 진실 발굴의 경쟁에서 일본인에게 완패했다.



 엔도의 책은 우리 사회에 부끄러움을 낳는다. 표범은 자연 사랑을 상징한다. 한국에 환경·동물 보호단체가 넘쳐난다. 일부 단체들은 정치 이슈로 삼을 문제에만 몰려간다. 그 단체들의 실질은 적다. 명분만 외친다. ‘아름답고 위험한 동물’ 이야기에는 무관심하다.



 정약전(丁若銓)의 『玆山魚譜(자산어보)』는 특별한 어류도감이다. 신유박해 때 흑산도에 유배 가서 썼다. 그 책의 우리말 번역본은 1977년에 출판됐다. 번역한 정문기(鄭文基) 박사는 어류학 개척자다.



 정문기의 서문 한 구절이 눈길을 잡는다. “해방 2년 전(1943년) 한국에 온 시부사와 게이조(澁澤敬三)씨를 만났다. 우리는 만난 기념으로 『자산어보』를 일본어로 번역 출판하기로 했다”(역자의 말)-. 시부사와는 민속학자다. 그는 일본은행 총재를 지냈다.



정문기는 『자산어보』를 일본어로 옮겼다.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출간은 없었다. 그 32년 후 한글 자산어보가 처음 나왔다. 서울대 이문웅 명예교수(인류학과)는 그 과정을 추적했다. 2013년 일본어 번역본을 일본에서 찾아냈다. 이 교수는 “일본 문화의 철저한 기록 정신을 확인했다”고 했다.



 『자산어보』 번역에 얽힌 사연은 선명하다. 일본의 한국 알기는 오래되고 다양하다. 그 집념은 줄기차다. 최서면 박사는 한·일관계사 권위자다. 그는 지난 4월 특별강연(‘나의 한·일관계 연구 50년을 회고하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책을 읽다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넓고 깊게 연구한 걸 보고 놀랐다”-.



 일본에서 한류가 식어간다. 한류는 역설의 성공이다. 1998년 김대중 정권 시절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됐다. 그때 왜색문화 침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주도자 대부분은 일본에 대한 비분강개에 익숙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을 기습했다. 그 주역은 비분강개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였다. 일본 한류는 K팝으로 확장됐다.



 문화는 정치·외교에 영향을 받는다. 한·일 문화교류에서 더욱 민감하다. 양국 관계는 냉각기다. 한류는 주춤한 상태다. 일본 내 친한 세력도 위축됐다. 과거 전성기의 문화 한류는 정치외교와 나눠졌다. 한류 주연들은 마음껏 일본인 삶 속에 들어갔다. 한국 젊은 세대의 문화 전파력은 탁월했다. 그들은 한국의 일본 알기에 활력을 넣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사 퇴행은 집요하다. 그의 과거사 왜곡 자세는 완강하다. ‘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끊임없이 일축한다. 아베 정권의 국책 방향은 군국·국수주의(國粹主義)다. 중국의 대국화는 그 흐름을 재촉한다. 그에 대한 장·단기 대책이 필요하다. 동북아 질서 변화는 일본 알기의 깊이를 요구한다. 일본 정보 축적의 열정을 다듬어야 한다.



 우리 외교는 정면 돌파를 추구한다. 하지만 우회 포위, 공중 낙하 전략도 함께 해야 한다. 우회 공략은 문화로 이루어진다. 문화는 세밀한 압박 무기다. 문화는 역사 전쟁의 승리를 보장한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정경분리를 다짐했다. 문화 분야도 정치에서 분리돼야 한다. 일본 알기가 한류 열기를 부활시킨다. 문화정보 축적이 과거사 승패를 판가름한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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