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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중 동맹은 가능한가

[일러스트=강일구]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우리와 중국이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한·미 동맹이나 북·중 동맹은 몰라도 한·중 동맹이란 말은 꽤 낯설다. 낯선 정도가 아니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한데 중국 학계 일각에선 중국이 한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 또는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 웃고 흘려 보내기엔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다.



 한·중 동맹을 처음 제기한 인물은 옌쉐퉁(閻學通·62) 칭화(淸華)대 당대(當代)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다. 중국의 4세대 리더 후진타오(胡錦濤) 시절엔 외교 책사로 자유주의 학파 학자가 중용됐다. 대표적 인물이 왕지쓰(王緝思) 전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기엔 현실주의 학파의 학자가 뜨고 있다. 그 중심에 옌쉐퉁이 서 있다. 그가 비서장으로 있는 세계평화포럼(世界和平論壇)이 2012년 제1회 대회를 개최했을 때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이 참석한 게 우연이 아니다.



 옌쉐퉁이 한·중 동맹론을 주장한 건 지난해 펴낸 『역사의 관성』(국내엔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이란 제목으로 지난 2월 출판)을 통해서였다.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그는 여러 세미나 자리에서 한·중 동맹론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주장은 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라 여겨졌는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한·중 동맹론이 지난달 말 다시 불거졌다.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왕이웨이(43) 런민(人民)대 국제사무연구소 소장이 한·중은 동맹에 준하는 선린우호협력조약(睦隣友好合作條約)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왕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중국 내외 매체에 500편 이상의 글을 발표한 재기 넘치는 학자다. 중국 정부와도 관계가 밀접하다고 한다.



 중국이 말하는 한·중 동맹론의 내용은 무언가. 우선 그들의 논리를 보자. 옌쉐퉁은 2023년이 되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하는 현재의 일초다극(一超多極) 체제가 미·중 두 나라에 의한 양극(兩極) 구도로 바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구도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중 각자의 국력, 다른 하나는 미·중이 각기 얼마만큼의 우방을 확보하고 있느냐다. 이 둘의 합(合)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현재 미국이 42개의 강력한 동맹국을 가진 데 반해 중국은 실질적인 동맹국이 하나도 없다. 중국으로선 하루 빨리 동반자 외교에서 탈피해 동맹 외교를 추구해야 하며 한국이 그 주요 대상국이라는 이야기다.



 옌쉐퉁은 한 나라가 두 개의 강대국과 동시에 동맹 관계를 수립하는 양단(兩端)외교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온 것이며 한국도 과거 그런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한 번은 고려가 요(遼)및 북송(北宋) 두 나라와 각각 동맹을 맺었고, 또 한 번은 조선이 후금(後金) 및 명(明)과 각각 동맹 관계를 구축한 적이 있다. 따라서 한·중 동맹이 기존의 한·미 동맹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왕이웨이의 한·중 동맹론 접근은 용어 사용면에서 보다 유연하다. 그는 중국이 동반자 관계보다 강화된 개념인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이용해 주변국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북쪽으론 러시아, 서쪽으론 파키스탄, 남쪽으론 아세안, 동쪽으론 한국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선린조약을 맺어야 하는 이유는 셋이다. 첫 번째,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안보 보호 대상이었다. 두 번째, 북한을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한·미 동맹이 그다지 견고하지 않아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적 질서로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그의 견해에선 중화(中華)사상의 편린마저 엿보인다.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아직 중국 학계의 주류는 아니다. 옌쉐퉁의 주장에 따라 중국 외교가 나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 우선 중국 외교의 근간인 동반자 외교부터 바꿔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찾았을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동맹은 구(舊)시대의 유물”이라며 동맹 정책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왕이웨이는 동맹이란 말 대신 선린조약을 내세우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선린’ 용어 배경엔 중화 중심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을 중국 학계 일각에서 나온 실현 가능성 없는 아이디어 정도로 치부하면 되는 걸까. 그렇게 끝날 일만은 않아 보인다. 동맹이나 선린조약 운운에 가려진 중국의 진정한 의도는 ‘미국 품 안에서의 한국 빼오기’다. 중국은 자신의 부상에 가장 큰 걸림돌로 미국을 상정한다.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 빚어지는 모든 분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을 약화시키는 온갖 방안을 고민한다. 그중 하나가 한·중 동맹론이다. 김흥규 교수는 이런 중국의 전략을 ‘찔러보기’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앞으로도 미·중 경쟁 시대에 대비해 한국을 자신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찔러보는 건 중국의 자유다. 그리고 이에 넘어가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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