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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소리 만들기…팔순 작곡가 끝없는 실험

윤이상(1917~95)의 제자이자 진은숙의 스승, 작곡가 강석희(80) 전 서울대 교수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강석희는 음악계에서 알아주는 이름이지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그렇다. 음악학자 서정은은 “한국 현대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로 강석희를 꼽는 데 많은 이들이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50여 년 전 척박했던 한국 음악계에서 출발한 그가 '실험 정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과정을 평가한다는 의미다.

그를 직접 보고 또 그의 음악을 듣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데, 우선 강석희에 대한 유튜브 검색을 해보면 그의 면모를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기사의 단락 제목이 유튜브 검색어다.

◇검색어① ‘sukhi kang’:한국어 ‘강석희’로 검색하면 결과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영문 이름을 넣는 편이 낫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같은 외국 단체가 연주한 그의 음원을 찾을 수 있다. 수십 년간 해외에서 작품을 발표했고 또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 작품의 80% 이상이 외국에서 초연됐다”며 “20대부터 기준을 세계에 맞춰 놨다”고 말했다.

▶유튜브 ‘sukhi kang’

팔순 잔치도 외국에서 먼저 열렸다. 지난 6월 폴란드의 14회 ‘뮤직 가든 페스티벌’은 하루 프로그램을 강석희의 작품으로만 짰다. 또 이달 8일 도쿄에서 연주단 ‘앙상블 인터액티브’가 기념 공연을 했다.

그는 전자 음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966년에 작곡한 ‘원색의 향연’은 국내 최초로 전자 악기를 사용한 작품이다. '전자와 전기'라는 일본 잡지를 보고 혼자 연구하면서 당시 세계적 흐름이 되어가던 전자 음악을 한국에 도입한 것이다.



◇검색어② ‘catena’=이 검색어로는 그의 오케스트라 작품 ‘카테나’를 들을 수 있다. 목관 악기의 단순한 소리, 타악기의 반짝이는 음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강석희가 새로 만든 60개의 음악 조각이 들어있다. 조각마다 길이ㆍ음역ㆍ템포ㆍ악기편성이 다르다. 이 음악 조각은 ‘모자이코’란 작품에서 1000개로 늘어난다. 강석희가 대수(對數)를 사용해 만든 조각들이다. 기존 음률을 깨고 수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강석희의 작곡은 실험적이면서 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품은 하나의 건축물이며 아이디어를 얻는 데만 1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가 볼 때, 작품에서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아이디어로, 어떻게 음을 구조화했는지가 중요하다. 그의 이력이 그의 실험정신을 뒷받침한다. 경성공고에서 토목을 배웠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다시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통신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작곡으로 머리가 아플 때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 『율리시스』를 읽는다”고 했다. 영미권에서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소설들이다.



그는 "내게 일종의 원칙이 있다. 그러다 보니 독설을 잘해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 때도 고등학생 레슨하는 동료 교수들에게 '그러려면 뭐하러 대학선생하냐'고 공공연히 말하니 나를 싫어했다"고 한다. 한국의 젊은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쓰는 것은 좋은데 세계적 기준을 염두에 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색어③ ‘88올림픽 폐막식’= 88년 서울올림픽의 폐막식 음악감독이 그였다. 성화가 타오를 때 트럼펫 소리에 이어지는 독특한 컴퓨터 사운드가 울려퍼졌다. 폐막식 음악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비슷한 음악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새로운 작품'을 향한 그의 꿈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진행형이다. 지금도 한 해 두 곡 정도를 내놓는 현역인 그는 "곡마다 다른 성격으로 흉내내지 않는 것, 쓸 데 없는 감정적 소리를 뽑아버리는 작곡을 계속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꿈”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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