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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작은 서점의 조그만 성공 '일만선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중서부의 한적한 시골마을 스나가와(砂川)시. 옛 탄광촌으로 인구 1만8000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 일본 열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내에 단 한곳 밖에 없는 개인 서점 '이와타'의 '성공 스토리' 때문이다. '이와타'는 이와타 도루(岩田徹·61) 사장이 아르바이트 직원 몇 명을 두고 운영하는 40평 규모의 동네 책방이다. 1958년 광부였던 부친이 스나가와역 앞에 개업한 서점을 물려받았다. 서점의 대형화·온라인화란 시대적 흐름 속에 서점의 경영도 시원찮았다. 그러나 이와타 사장이 내놓은 '일만선서(一萬選書)' 서비스가 최근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지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 '대기' 고객만 200명이 넘는다.

일만선서란 말 그대로 1만엔(약 10만원)을 내면 그 금액 내에서 고객에 가장 잘 맞는 책들을 선택해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듣기에는 간단해 보이나 중학교 시절부터 도서관의 거의 모든 책을 섭렵한 '독서광' 이와타 사장의 치밀한 분석과 장인 정신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건 실은 10년 전의 일이다. 고교 동창회에 나갔다 서점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자 몇몇 선배들이 "그렇다면 재미있는 책을 잘 골라서 보내달라"며 1만 엔씩 건넸다고 한다. 하루 종일 책 선택에 고심하던 이와타 사장은 순간 깨달았다.

"'무엇이 잘 팔릴까'란 관점에서 서가를 채울 게 아니라 '무엇을 읽어야 할까'란 독자의 눈으로 서가를 채우자." 이후 주로 홋카이도 내 지인을 상대로 '일만선서'를 하던 이와타 사장의 활동이 8월 말 한 지상파TV에 소개되면서 그는 일약 '전국 스타'가 됐다. 한 달에 3명 정도이던 의뢰자가 갑자기 1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하루 매출도 3만~4만엔(약 30만~40만원) 늘었다.

그의 책 고르기는 나름 과학적이다. 주문이 오면 그는 상세한 설문조사부터 한다. 고객의 직업·나이·가족구성은 물론이고 최근에 읽은 책과 그에 대한 세부평가 ^이제까지 인생을 통해 즐거웠던 때, 슬펐던 때, 가장 행복했던 경험 등을 묻는다. 형식적이 아니라 구체적이다. 이와타 사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메일로 설문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목표는 절반 가량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선 자신의 독서 편중도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고, 서점 입장에선 "독자가 원하는 것, 나아가 보완해야 할 분야까지 대충 알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자녀가 산수에서35점을 받은 데 화가 난 한 엄마 독자에게는 엄마도 같이 읽고 산수에 재미를 붙이는 '숫자의 악마'란 책을 권했다. 학교 공부와 학원에 시달리는 학생에겐 장애우 학생과 교사와의 애틋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추천했다. 대략 1만엔이면 문고본 13권 정도를 보낸다. 물론 책을 선별하는 수고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그게 목적이라면 일찍이 책방 문을 닫고 자문만 했을 것"이라 한다.

이와타 사장은 "'일만선서' 의뢰자가 이처럼 많은 건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에 즐비한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10년 후에도 계속 가치를 갖는 글과 책을 갈망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나를 그대로 모방해도 좋으니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만선서'로 인해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한다. "책 골라주느라 내가 책 읽을 시간이 줄어버렸다"는 것이다.

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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