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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만 하면 대한민국 쪼개졌다

청와대나 당 지도부의 ‘지시’를 당론으로 만드는 곳. 일부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펴는 소수 강경파가 온건파들을 “변절자” 또는 “패배자”로 위축시킨 채 자신들의 주장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곳. 21세기판 붕당(朋黨, 파벌)정치의 온상은 의원총회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논쟁은 바로 이 의원총회를 통해 확대재생산됐다.

 두 당은 7월 11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시작해 9월 30일 합의에 이르기까지 82일간 국회를 공전시켰다. 그 사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11차례와 17차례의 의총을 열었다. 언뜻 보면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 같다. 속살은 그렇지 않았다.

 #8월 1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 2차 합의안을 만든 뒤 이완구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의총은 박수로 시작됐다.

 ▶이 원내대표=“합의가 됐다. (중략)제가 절할 테니 받아달라.”

 ▶김진태 의원=“잠깐만요. (세월호 특검후보 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을 유가족에게 사전동의 받기로 했다는 합의안에 대해) 동의 대신 협의로 하면 안 되나.”

 ▶김무성 대표=“우린 여당이다. 우리가 풀 책임이 있다.”

 ▶김 의원=“저는 반대다.”

 ▶김 대표=“(대꾸 없이)큰 박수로 추인하자.”

  #8월 25일 새정치연합 비공개 의원총회. 새누리당이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에 반대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소집됐다.

 ▶강기정 의원=“결론부터 말하면 투쟁해선 안 된다.”

 ▶한 남성 의원=“투쟁해야 된다. 위기를 찬스로 바꿔야 한다.”

 ▶우상호 의원=“왜 새누리당이 우리를 비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은수미 의원=“왜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 대신 욕을 먹어야 하나. 최선은 지도부가 그냥 (강경론으로) 가는 거다.”

 양당의 의총은 매번 이렇게 전개됐다. 새누리당 의총은 ①원내대표의 합의안 보고→②지도부가 주도한 합의안 추인의 순으로 진행됐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①원내대표의 합의안 보고→②강경파 중심의 강경당론 고집→③합의안 뒤집기→④장외투쟁 등 국회 파행 등의 순이었다. 새누리당 의총이 지도부의 의견을 하향식으로 전파하는 수단이었다면 새정치연합 의총은 강경파의 의견을 거꾸로 지도부에 강요하는 수단이었다.

양당 모두 온건론이나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의총만 열리면 타협 없는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됐고 민심은 둘로 쪼개졌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 4.0%에서 3.8%로 낮춘 데 이어 다시 3% 중반대로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최경환 효과’에 7월 말 2100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지수는 70여 일 만인 13일 1927.21까지 내려앉았다. 손병권 중앙대(정치학) 교수는 “의원총회가 국민 여론을 당내 의견에 반영하고 설득하는 장으로 활용돼야 의회정치가 산다”고 말했다. 의원총회가 미국 의회처럼 유권자들의 민심을 듣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별취재팀=권호·유성운·허진·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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