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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는 북한의 관심사 … 대화 나올 명분 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유연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북한이 ‘대화와 도발’이란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24 조치에 대해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지난 8월 11일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 회담 카드를 던진 데 이어 이번에는 ‘대화를 통한 5·24 조치 해결’이란 카드를 뽑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차례도 5·24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신년 기자회견(1월), 드레스덴 구상 발표(3월), 광복절 경축사(8월), 유엔총회 기조연설(9월) 등을 통해 ‘통일대박론’을 강조하면서도 5·24 조치는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지난 7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찾아 5·24 조치 해제를 건의했을 땐 “인도적 차원에서 민족의 동질성 확보 등 허용된 범위에서 추진하겠다”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핫 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힌 건 그래서 진일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발언 시기도 주목된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교전과 휴전선 인근에서의 북한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히자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남북 대화의 정례화’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5·24 조치 해결’을 직접 언급했다. ‘대화를 통한 5·24 조치 해결’은 정부 내 외교안보 라인 가운데 대북 온건 노선을 주장해 온 비둘기파가 주장해 온 것이기도 하다. 어떻든 황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남 이후 박 대통령도 기존의 원칙적 대응이란 기조에서 여지를 남겨두는 쪽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의 방문을 계기로 어렵게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대화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 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5·24 조치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언급을 한 만큼 북한의 태도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도 한층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이중적인 모습’도 거론했다.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관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면서다. 남북관계의 가변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5·24조치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음으로써 10월 중순~11월로 예정된 2차 고위급 회담의 북한 참여를 유도하고,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한 북한의 도발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대 김근식(정치학) 교수는 “북한의 총격 직후임에도 박 대통령이 5·24조치를 언급한 것은 정부의 대화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동시에 북한의 대화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관심사인 5·24조치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혀 대화 테이블에 나올 명분을 살려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5·24조치를 논의해 보자는 건 3차, 4차까지 정례적으로 대화 채널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조영기(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5·24조치 해제를 원한 건 제재의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는 의미”라며 “5·24조치 해제 여부가 핵심 의제가 돼선 안 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신용호·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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