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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년 동·서인 갈려 붕당정치 … 439년 지나도 못 고친 악습

민생과 국익을 외면하는 당론정치의 뿌리는 의외로 깊다.

 소수가 주도한 당론 때문에 정치권이 대립했고 국익도 무시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졌다. 우리 역사에는 이런 예가 적지 않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이다. 조선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동인과 서인에서 1명씩 선발한 통신사를 일본으로 보냈다. 심상찮은 일본을 살피라는 임무도 주어졌다. 하지만 돌아온 통신사는 당파에 따라 말이 달랐다. 정치권도 양분됐다. 치열한 토론 없이 자기 당론만 고집했다.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전쟁이 벌어지자 국토의 3분의 1이 폐허가 됐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론정치의 모든 피해는 죄 없는 백성이 뒤집어썼다.

 붕당(朋黨)의 시작도 국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1575년 관료 인사권을 쥔 이조전랑에 누구를 천거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김효원(동인)과 심효겸(서인)이 다툰 게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었다. 이른바 ‘을해당론’이라 부르는 사건이다. 439년 전이다.

 이후 조선은 동인 대 서인에 뒤이어 노론·소론·남인·북인의 사색 당파 시대로 이어졌다. 송시열(노론), 유성룡(남인), 정인홍(북인) 등 영수(지도자)가 주도한 당론정치가 판을 쳤다. 같은 당파(서인)라도 중도적인 목소리(소론)보다는 강경한 목소리(노론)가 힘이 셌다. 이런 흐름은 광복 후 현대 정치사로 이어졌다.

 이현우 서강대(정치학)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승만, 박정희, 3김 등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리더십에 의존해 조직되다 보니 전체 의원들의 의사나 민의를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병권 중앙대(정치학) 교수도 “미국·영국·독일 등에서는 주요 이슈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이 조직되고, 그 안에서 지도자가 나왔다. 당론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민의와 당원의 뜻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한국은 그런 과정이 생략돼 소수 지도층에 의해 당론이 악용되곤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의회민주주의를 고사 직전까지 몰아넣은 사건들은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지도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게 대부분이다.

 1954년 자유당 지도부는 다수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3선 제한 철폐를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자유당은 국회 표결에서 개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사사오입’이라는 기상천외한 개념을 적용시켜 어거지로 통과시켰다. 69년 공화당도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위해 개헌을 ‘당론’으로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후 유신 개헌과 의회 해산 등의 무리수를 뒀다.

특별취재팀=권호·유성운·허진·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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