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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연 4조원 비효율" 경고 무시한 당론의 비극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통근버스에만 연간 142억원….”(새누리당 유의동 의원)

 “예산 46억원이 투입된 세종시 통합관사의 이용률은 10%대.”(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

 매년 국정감사만 열리면 세종시의 비효율이 도마에 오른다. 올해 국감도 그랬다. 한국행정학회는 2009년 일찌감치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유·무형 비용이 연간 4조8000억원이나 된다고 경고했지만 당론에 빠진 한국 정치는 귀를 닫았다. 그 결과가 오늘이다. 도로 무르지도, 그렇다고 내버려 두지도 못하는 세종시의 비극이다.

 ‘계륵(鷄肋)’이 돼 버린 세종시는 태생부터가 정파적이었다. 대통령선거 중인 2002년 9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건 뒤 2010년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안’이 확정될 때까지의 100개월은 기나긴 당론 투쟁의 역사였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노 전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대선 직후 행정수도 이전은 집권당인 민주당의 당론이 됐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뒤늦게 충청권 표를 의식해 숟가락을 얹었다. 문제는 수도권과 영남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였다. 2003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선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위원회’ 구성안이 재석 179명 중 찬성 84명, 반대 70명, 기권 25명으로 부결됐다. 당론 대신 자유투표에 맡긴 결과였다.

 비상이 걸린 건 야당 지도부였다. 2004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충청권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했고, 의원 자유투표에 맡겼던 행정수도 이전 관련 사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당론의 힘은 위력적이었다.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재석 194명 중 찬성 167·반대 13·기권 14표로 통과됐다.

 17대 국회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당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행정수도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들고 나왔다.

 2005년 2월 여야 지도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 건설법) 처리에 합의했다. 문제는 야당인 한나라당이었다. 합의안을 추인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진통의 연속이었다. 당시 수도권의 이재오 의원 등은 “사실상 수도 이전”이라며 저항했다. 박근혜 대표는 “최선을 위해 노력했고 차선을 얻었다고 본다”며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독려했다. 의총에서 결론이 안 나자 당내 표결에 부쳐 ‘찬성 46표, 반대 37표’로 ‘권고적 당론’을 채택했다. 3월 2일 세종시건설법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종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당론정치의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각 당 지도부가 당론을 앞세우는 바람에 합리적인 논의가 자리할 공간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새누리당의 경제통인 이한구(4선) 의원은 “당론을 내세운 세종시 논쟁에 정치색이 가미됐고 의원들 간에는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못했다”며 “정파적 논리를 없애고 여야 의원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했으면 오늘날 이 상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권호·유성운·허진·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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