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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차 빨리 안 빼" … 아파트 경비원은 오늘도 '참을 인'

“경비원은 아파트 단지의 제일 하층민입니다. 온갖 잡일을 다하면서도 제대로 된 인사는커녕 무시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강남의 A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모(63)씨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씨는 경비 업무 외에 분리수거, 낙엽 청소, 주차 관리 등의 업무도 맡고 있다. 주말에 가장 중요한 업무는 주차 관리다. 5분에 한 번씩 차 키를 들고 나가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한다. 김씨가 일하는 한 평(3.3㎡)이 채 안 되는 경비초소 벽면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맡긴 자동차 키 40여 개가 빼곡히 걸려 있다. 김씨는 “주차를 대신해 주다 차가 긁히면 수리비를 내줘야 한다”며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나이 어린 입주민이 나한테 ‘야, 차 왜 빨리 안 빼’라며 대뜸 반말을 할 때면 나도 화를 내고 싶다”며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이 문제 제기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 건 경비원이기 때문에 참을 인(忍) 자를 마음에 새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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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B아파트 경비원 이모(53)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기자회견을 하고 “일부 입주민의 일상적인 인격 무시, 폭언 등이 누적된 게 이씨의 자살 기도 원인”이라며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경비원들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동료 경비원에 따르면 이씨는 일부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한 경비원은 “어느 아파트 입주민은 5층에서 먹던 떡이나 과일을 던지는 등 모욕감을 줘 이씨가 힘들어했었다”며 “화상치료는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산재보험금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감시·단속직종으로 분류되는 아파트 경비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의 예외를 규정한 이 법 63조에 따라 근로시간·휴게시간 등의 적용을 사실상 받지 않는다.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임금도 올해까지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됐었다. 노동강도가 약하고 대기시간이 길어 업무시간 중 휴식시간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비원들의 업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리수거, 택배 보관, 주차 관리, 민원 처리, 제초 업무 등을 가욋일로 하고 있다. 식사·수면도 경비초소 안에서 한다. 업무와 휴식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실상 24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강남의 C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전모(59)씨는 “경비원이 아파트 경비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업무시간에 휴식시간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한 평짜리 공간에서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것을 휴식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경비원들은 일보다 주민들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10명 중 3명(35.1%)은 주민들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었다. 보고서는 “정신적·언어적 폭력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당하는 경우 불안장애·우울증 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분신자살을 기도한 이씨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주민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0년 6월 창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이모(65)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는 유서에 “아무 잘못 없이 폭행을 당하고 보니 머리가 아파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후 경비가 언어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씨는 자살 전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얼굴을 수차례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폭행에도 아파트 경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대부분이 비정규 계약직이라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경비원은 아파트 내 온갖 잡일을 도맡아하면서도 택배를 잘못 보관했다는 주민 민원 전화 한 통으로 해고당하는 처지”라며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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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