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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연결된 기계 '매개인'등장 … 법적 권리 인정해야 하나 논란

배일한
텔레프레전스 로봇을 그냥 ‘기계’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몸은 비록 기계지만 살아 있는 인간과 연결된 존재, 즉 ‘인간-기계’인 텔레프레전스 로봇이 일반화된다면 그간 예기치 못했던 다양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올 4월 텔레프레전스 로봇의 지위와 권리 문제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공항과 대학·공원 등에서 만난 210명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그룹엔 고정된 스탠드에 설치된 컴퓨터 기기로 영상통화를 하게 한 다음 영상통화 상대편의 법적 권리에 대해 물었다. 다른 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각각 텔레프레전스 로봇이 작동하는 것을 구경하거나 실제로 조종해 본 다음 이 ‘로봇 인간’의 법적 권리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물었다.

 실험 결과 로봇 시연을 보거나 직접 로봇을 조종한 그룹이 컴퓨터 영상통화를 경험한 그룹보다 40% 가까이 ‘로봇 인간’에 더 높은 수준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대화하는 사람의 몸은 멀리 떨어진 채 로봇을 통해 대화하고 행동하지만 어느 정도는 ‘눈앞의 인간’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이 조종하는 텔레프레전스 로봇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 인간과 매우 유사한 행위능력을 갖지만 생명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법적 인간으로 매개인(媒介人)이란 개념이 등장할지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활동이 늘어나면서 ‘법인(法人)’이란 새로운 개념이 생겨난 것과 유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60대 이상 노인층이 젊은 세대보다 ‘로봇 인간’의 평등권 보장에 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쇠약한 신체를 극복하고 대외활동을 늘리는 도구로 텔레프레전스 로봇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에 젊은 층은 아직 활동능력이 제한된 텔레프레전스 로봇의 가치를 낮게 봤다. 첨단 로봇기술을 통해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려는 노인층과 이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젊은 층 사이에 세대 간 갈등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볼 수도 있다. 텔레프레전스 로봇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또 다른 신체가 되면서 큰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의 로봇 기업들은 이미 저만큼 달려가고 있다. 관련 산업을 키우려면 상품 개발만이 아니라 로봇 이용자의 새로운 활동을 보장하도록 사회제도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배일한 하와이 미래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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