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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찍었다 … 소소해서 아름다운 일상

‘보이후드’에서 주인공 메이슨을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 12년 동안 그가 성장하는 모습 자체가 극중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꼬마 메이슨은 사춘기를 거쳐 어느덧 미래를 고민할 나이가 됐다. [사진 UPI코리아]

여기 여섯 살 소년이 열여덟이 되기까지, 12년 세월이 담긴 영화가 있다. 놀랍게도 촬영기간 역시 12년이다.

‘보이후드’(원제 Boyhood, 23일 개봉)는 성장기 소년과 그 가족의 삶을 이렇게 포착해낸 극영화다. 극적인 사건 대신 누구나 공감할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세월과 함께 달라지는 배우들의 모습 자체가 큰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로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리처드 링클레이터(54) 감독을 올 여름 미국 개봉에 맞춰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났다. 앞서 청춘의 만남과 재회와 중년부부가 된 모습을 각각 9년의 시차를 두고 3부작 ‘비포’ 시리즈(1995~2013)로 내놓았던 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보이후드’에 대해 “참여한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그의 친딸 로렐라이도 주인공 메이슨의 누나 역을 맡아 12년 동안 이 영화와 함께했다. [사진 UPI코리아]
 -전례없는 영화라 걱정도 많았겠다.

 “촬영 첫해와 이듬해, 정말 고민이 많았다. 끝이 아득해 보였고 모든 게 모호했다. 절반 정도 찍고부터 편해졌다. 갈수록 탄력이 붙는 느낌이었다. 촬영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주인공 소년 메이슨을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과는 자주 만나 다음 분량을 어떻게 진행할까 의견을 나눴고, 아버지 역할의 에단 호크와는 전화로 늘 수다를 떨었다. 영화에 쓰면 좋을 어린 날의 기억 등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비극적 상황을 설정해 더 극적으로 만들고픈 욕심은 없었나.

 “이 영화에서만큼은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자극적 이야기에 길든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은 아무도 보통 일상을 담은 영화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산다. 우리의 기억에도 자동차 사고 같은 굵직한 굴곡보다 소소하고 아름다운 일상이 훨씬 많지 않나.”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사기 위해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처럼, 시대의 트렌드를 담은 장면도 눈에 띈다.

 “이 영화를 찍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일종의 ‘시대극’을 만들고 있단 점이다. 등장인물만 아니라 그들이 사는 세상도 변해간다는 점에 늘 관심을 둬야 했다. 해리포터 신드롬처럼, 사람들이 한참 뒤 당시를 추억할 때 떠올릴 현상들을 넣고 싶었다.”

 -음악 선곡에도 공을 들였는데.

 “음악은 한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이 각 시대 분위기와 문화와 취향을 잘 드러내 주길 바랐다.”

 -즉흥 연기는 얼마나 되나.

 “거의 모든 장면을 각본대로 카메라 리허설까지 진행한 뒤 촬영했다. 오래전 써 놓은 대사도 있고, 촬영 직전 쓰거나 수정한 대사도 있다. 결말은 10년 전 구상했지만 그 대사는 촬영 하루 전 썼다. 준비가 덜 돼서가 아니라, 때가 되면 좋은 대사들이 내게 와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편집은 어떻게 했나.

 “해마다 그 해 촬영분량을 먼저 편집하고, 이전까지 완성해놓은 것에 붙여 전체를 다시 편집했다. 매년 평균 사흘 정도(상영시간 기준 매년 15분 분량) 촬영한 뒤 다음 촬영까지 1년 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편집할 수 있었다. 영화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 스스로 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4~5시간짜리 감독판도 있나.

 “촬영하고 안 쓴 장면 자체가 거의 없다.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많아 필요한 만큼만 효과적으로 찍었다.”

 -다시 12년 동안 성인을 주인공으로 ‘맨후드’ 같은 영화를 찍을 생각은.

 “아직 그런 생각을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아나. 20여 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포 선라이즈’(1995)를 찍고 에단 호크와 마주 앉아 ‘우리가 이 캐릭터들로 다시 영화를 찍을 일이 있을까’ 했던 게 생생하다. 그러니 모르는 일이다.”

베벌리힐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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