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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서건창, 눈물 어린 배꼽 타법 … 꿈의 200안타 눈앞

서건창은 지난 겨울 ‘배꼽 타법’으로 타격 폼을 바꾼 뒤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13일 KIA전에서 2회초 197호 안타를 만들어 낸 서건창. [뉴시스]
그는 작다. 첫 직장에서 쫓겨난 이유 중 하나가 체격이 작아서였다. 꽤 유명한 야구선수가 됐지만 평상복으로 외출을 하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평범한 옆집 학생 같단다.

 그는 더 작아졌다. 허리와 무릎을 굽혔고 방망이 잡은 두 손을 거의 배꼽까지 내렸다. 몸을 잔뜩 웅크려 실제 키(1m76㎝)보다 10㎝는 더 작아 보인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작은 타격폼의 주인공은 서건창(25·넥센)이다.

 서건창은 13일 KIA전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선발 김병현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렸다. 이번 시즌 서건창이 때린 197번째 안타였다.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그가 새로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94년 해태 이종범(44·한화 코치)이 달성했던 196안타였다. 넥센이 정규시즌 3경기를 남기고 있어 200안타에 도달할 가능성도 크다. 한 해 128경기를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안타는 꿈 같은 일이다. 일본(연 144경기)에선 지금까지 6차례만 나왔다. 연 162경기를 치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0안타는 쉽지 않다. 지난해엔 아예 200안타를 때린 타자가 없었다. 올해는 호세 알튜베(휴스턴·225개)와 마이클 브랜틀리(클리블랜드·200개) 등 2명 뿐이다.

 올 시즌 달성이 유력해 보였던 꿈의 기록들은 대체로 ‘한여름밤의 꿈’에 그쳤다. 시즌 60홈런을 겨냥했던 박병호(28·넥센)의 홈런은 49개다. 4할을 훌쩍 넘겼던 이재원(26·SK)의 타율은 0.338(11위)까지 떨어졌다. 현재 타율 1위는 서건창(0.372)이다.

 서건창이 6월 24일 64경기 만에 역대 최소경기 100안타를 때렸을 때 야구 관계자들은 그의 페이스가 곧 떨어질 거라 예상했다. 남은 64경기에서 똑같이 100안타를 치면 총 200안타가 되지만 야구는 계산대로 되진 않는다. 1994년 이종범은 육회를 먹고 복통에 시달려 200안타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서건창은 꿈의 경지에 다가서고 있다. 그의 능력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컸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서건창은 프로지명을 받지 못해 2008년 신고선수(연습생)로 LG에 입단했다. 성실한 플레이만으론 유망주들이 즐비한 LG에서 주목받을 수 없었다. 왜소한 체격도 문제였다. 2008년 1군 경기에 딱 한 타석 들어섰는데, 넥센 송신영에게 3구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는 1년 만에 방출됐다. 만 스무 살에 겪은 일들이다. 경찰 야구단에 지원했으나 떨어져 현역 입대했다. 전역 후 2011년 겨울 넥센에 입단했는데, 그 때도 신고선수 신분이었다.

 2012년 주전 2루수를 차지한 서건창은 127경기를 뛰었고 타율 0.266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같은 타율을 기록했으나 8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했다. 지난해까지 서건창은 방망이를 잡은 두 손을 어깨 높이로 올렸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일반적인 폼이었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아선 남을 이길 수 없었다. 서건창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짧은 스윙으로 정확히 맞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바꾼 폼이 ‘배꼽 타법’이다. 두 손을 명치와 배꼽 사이까지 낮췄다. 임팩트까지 50㎝도 되지 않아 보인다. 힘을 모으는 곳과 타격하는 지점이 짧아 공을 끝까지 보고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테이크백이 너무 작아 제대로 힘을 싣기 어렵다.

 서건창은 ‘배꼽 타법’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 겨울 집중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덕분에 타구가 강하고 빨라졌다. 힘이 붙으면 체격이 작은 선수라도 장타를 날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포들 사이에서 서건창은 소총도 아닌 권총을 꺼내들었다.

 넥센 동료들은 서건창의 타격 폼을 흉내낸다. 그러나 제대로 따라하긴 어렵다. 두산 정수빈(24·두산)이 올 시즌 중 서건창의 타법을 모방해 효과를 봤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 끝에 서건창은 ‘안타학 박사’가 됐다. 뛰어난 제자도 생겼으니 팬들이 지어준 별명 ‘서 교수’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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