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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통합교과서 국정화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9월 26일자 34면>
학생들이 원하는 건 질 좋은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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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엊그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발표한 뒤 교과서 발행 방식을 놓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2018년부터 고교에서 도입되는 통합사회(지리·일반사회·윤리·역사)와 통합과학(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 고교 필수과목인 한국사 교과서를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으로 발행할 것인지, 종전처럼 민간 출판사가 발행하고 정부가 검정할 것인지, 아니면 국정과 검정 방식을 혼용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어제 열린 교육부 주관 정책토론회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 양상만 재연했을 뿐 별 소득 없이 끝났다고 한다. 문·이과 칸막이 교육을 없애겠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는 교과서 발행체제 논란에 밀려 실종된 상태다.

 우리 교과서가 좌편향 등 이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국정으로 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발행하는 획일적 교과서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질식시킬 수 있어 검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학자나 학회, 교사나 교사단체 등 교육 공급자의 관심사일 뿐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같은 교육소비자의 관심은 정작 다른 데 있다. 이제는 우리도 외국처럼 질 좋은 교과서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중·고교 교과서를 접한 사람들은 분량은 물론 사진이나 그래픽 등이 풍부해 교과서 하나만 있으면 참고서가 필요 없겠다는 데 놀란다. 학계가 아이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정하고, 토론을 통해 그 내용을 다듬는 과정이 수년씩 이어지는 데 대해서도 부러워한다. 이런 선진국 교과서에 비춰본 우리 교과서의 현실은 내용의 질과 양 모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질 좋은 교과서란 무엇보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특정 학파나 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담은 것이다. 국정이냐 검정이냐를 떠나 우리의 현실은 좋은 교과서가 나오기엔 구조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우선 우리 교과서의 발행 및 검정기간이 1년여에 불과하다. 정부가 수시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민간 출판사는 정부가 정한 일정과 가격 수준에 맞춰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교과서 개발기간이 짧은 데다 출판사는 교과서를 팔아 연구개발비를 뽑아야 하니 질 좋은 교과서가 나올 리 만무하다. 학계의 중진 학자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고, 신진 학자들만 몰리는 건 사실상 방치된 교과서 제작 환경에 기인한다.

 결국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교과서 개발을 민간 출판사에 내맡긴 채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돼야 한다. 당대를 대표하는 간판 학자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학자들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때 저서를 내거나 논문을 발표하는 것 이상의 업적을 인정해주는 풍토도 필요하다. 국정 또는 검정을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하면 질 좋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게 할지의 생산적 논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겨레 <9월 25일자>
시대착오적인 통합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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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4일 발표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교과서로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통합사회에는 세계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등 이념적 논란이 큰 분야가 포함돼 있다. 통합과학 역시 진리가 하나라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그 내용을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교과목이다.

 비록 확정된 건 아니더라도 이를 ‘국정’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화의 틀에 가두려 한다면 시대를 1970년대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교과서로 교육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해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로 말이다. 국제적 흐름에서도 한참 벗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교육부가 만든 ‘주요국의 교과서 발행체제 비교’ 자료를 보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노르웨이 등 오이시디 회원국 11개 나라 모두 국정교과서는 없고, 검정·인정·자유발행제다. 국정교과서가 있는 나라는 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 등 오이시디 비회원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면 이 기구부터 탈퇴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국정 체제는 새 교육과정의 인간상인 ‘창의·융합 인재’와도 배치된다. 이런 인재상을 키우려면 해석의 다양성과 토론이 중요한데, 국정교과서로 배우는 학교 수업은 그저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리들이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추진을 시도하는 건 아마도 뜻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 있는 한국사 국정화를 실현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교육부가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한국사 국정화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 만드는 교과서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국정으로 발행해 왔다”고 설명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처음 만든 교과서 중 ‘2009 교육과정’부터 도입된 한국근현대사, 동아시아사, 융합과학 등은 검인정으로 발행했다.

 이번 교육과정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말만 문·이과 통합형일 뿐 공통과목의 필수 이수단위가 너무 적어 국·영·수 편중 교육이 될 게 확실해 보인다. 이미 자사고와 특목고의 국·영·수 비중은 거의 60~70%에 이른다. 앞으로 더 높아지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개정안은 일관된 교육철학이 없이 외부의 요구사항을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메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산업계의 민원과 정권의 의지를 억지로 담고 있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구실을 한다.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기존 교육과정의 결과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주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앙 “현 체계선 질 좋은 교과서 안 나와” 한겨레 “국정화 땐 획일성 갇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개정된다. 지난 9월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도 마찬가지다.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개정된 교육 과정에 따라 2018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도입된다. 통합사회는 지리, 일반사회, 윤리, 역사 교과를, 통합과학은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교과를 통합한 것이다.

 논란은 통합교과서의 발행방식이다. 국가가 저작권을 갖고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정’ 방식과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발행하고, 정부가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검·인정’ 방식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한겨레는 통합교과서의 국정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 교과서 발행 방식을 언급하기 보다는 질 좋은 교과서 발행을 주문한다. 이 논란에 대한 두 사설의 주장을 살펴보자.

 우선 한겨레는 새 교과서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인 ‘창의·융합 인재’와 배치되는 국정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런 인재상을 키우려면 해석의 다양성, 토론 등이 중요한데 국정교과서 체제는 학생들을 획일화된 틀에 가두게 된다고 비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교육부 정책 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 양상만 재현했을 뿐 문·이과 칸막이 교육을 없애겠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는 교과서 발행체제 논란에 밀려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국정교과서 발행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겨레와 달리 중앙은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발행 체제가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고, 중앙은 발행 체제에 대한 논쟁보다는 교과서의 질에 초점을 맞추자고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 한겨레는 국정교과서는 교육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해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의 산물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 등 오이시디 비회원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겨레는 교육부 관리들이 국정 체제를 추진하는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한국사 국정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분위기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발행 체제는 학자나 학회, 교사나 교사 단체 등 교육 공급자의 관심사일 뿐, 학생이나 학부모 같은 교육 소비자는 ‘외국처럼 질 좋은 교과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사진이나 그래픽 등이 풍부한 교과서, 선진국처럼 내용의 질과 양이 부끄럽지 않은 교과서가 필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질 좋은 교과서는 특정 학파나 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교과서는 발행 및 검정 기간이 1년여에 불과하다는 점, 신진 학자들만 모여 집필한다는 점 등을 들며 좋은 교과서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임을 지적한다. 한겨레가 통합교과서의 국정화 움직임에 대해 직접 비판을 가하고 있다면 중앙은 현행 교과서의 내용과 발행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새 교육과정이 말로만 문·이과 통합형일 뿐 공통과목 필수 이수단위가 너무 적어 국·영·수 편중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이에 비해 중앙은 교과서 개발을 민간 출판사에 내맡기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하고 당대를 대표하는 간판 학자의 교과서 집필 참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두 신문이 교육과정과 교과서 발행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의 새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대책을 주문한다. 한겨레는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구실을 하며,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교육과정을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중앙은 국정 또는 검정을 둘러싼 갈등을 질 좋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생산적 논쟁으로 바꾸자고 결론 짓는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봐야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2007년부터 교육과정은 수시로 개정되고 있어 새로 발행된 교과서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따라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 등 교육정책이 수시로 변한다는 의미이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교과서의 역할에 합의해야 발행체제와 그 안에 담을 내용에 대한 논의도 진지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새 교육과정에 걸맞는 교과서에 대해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류대성 경기 흥덕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삼척시 원전 주민투표 논란
10월 21일자에는 삼척시의 원전 유치 철회 찬반 주민투표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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