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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땜빵 인력' vs '사회공학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서울 소재 사립대 입학사정관 김모(38)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째 연휴·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한다. 수시모집 지원자들의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를 채점하느라 쉴 틈이 없다.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학생 스펙을 조작해 명문대에 입학시킨 교사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보도를 접한 그는 “부정을 걸러내지 못한 사정관에게 책임이 있다”면서도 “입시철마다 한 달에 500명이 넘는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느라 불안불안했는데 터질 게 터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국 133개 대에서 활동하는 입학사정관 714명 중 한 명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권장하는 사정관 1인당 심사 인원은 300명이지만 55% 대학이 이를 넘겼다. 서울대는 지난해 사정관 한 명이 741명을 심사했다. 8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사정관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612만원이었다. 그들 중 65%가 비정규직이다.

 열악한 처우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이 사정관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방대 사정관 이모(36)씨는 “계약과 다른 업무를 맡거나 업무가 도중에 바뀌는 경우가 많아 인재 선발의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며 “사정관을 바쁜 입시철에 서류 검토를 보조하는 인력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10년 이상 대학·고교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사정관이 많다. 김경숙 건국대 사정관은 “학생부 비(非)교과 활동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이 확대될수록 사정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걸 대학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시 부정 사건의 1차 책임자는 물론 부정을 저지른 교사와 학부모다. 하지만 사정관도 부정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그렇다고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사교육 부담을 낮추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효과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 김종우 양재고 교사는 “학교를 보다 학교답게 만들어 준 학생부종합전형이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교육 담당 칼럼니스트인 자크 스틴버그는 칼럼에서 “입학사정관은 대학이 꿈꾸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는 ‘사회공학자(social engineer)’”라고 정의했다. 한국 입학사정관은 사회공학자로서 포부를 펼치기 힘들다. 교육부가 ‘대입 서류 간소화’ 방침에 따라 증빙서류나 면접까지도 최대한 줄이도록 해 손발이 묶인 상태다. 입시 부정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하면서 사정관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대학에 최소한의 증빙서류를 검토할 권한과 선발의 자율성을 줘야 한다. 아울러 대학은 사정관의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정관이 입시철 ‘땜빵’ 인력으로 전락해선 학생 선발의 질 향상은 요원하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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