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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모방의 신화 이룬 ‘중국판 잡스’

레이쥔 샤오미 회장.

지난 8월 5일 이후 한국 경제계의 최대 화제는 단연 중국 업체 ‘샤오미(小米)’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넘어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캐 널리스는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점유율 14%를 차지해 12%의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고 이날 발표했다. 3위는 중국의 레노보가 차지했다.

애플은 힘이 빠져 아예 5위권 밖으로 밀렸다. 기술력과 혁신의 상징인 스마트폰마저 중국 업체에 밀렸다는 점에서 이날 뉴스는 한국 경제계에 충격이었다. 샤오미는 한국 기업들이 ‘짝퉁 애플’이라 얕잡아 보던 중국 업체다. 그런 샤오미의 초고속 비행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캐널리스는 샤오미가 중국에서 지난 2분기에만 150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판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2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이 겨우 4% 남짓했던 샤오미는 불과 1 년 사이에 그 3.5배 규모인 14%로 성장한 것이다. 고속성장 시 장에서 초고속으로 경쟁자를 따라잡은 것이다.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5.2%(7450만대)의 점유율로 여전히 1위다. 샤오미는 아직 5.1%(1510만 대) 수준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샤오미가 기술력과 마케팅 경험을 축적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년 만엔 중국 점유율 3.5배로 늘려

그런 샤오미 돌풍의 주인공은 창업자인 레이쥔(雷軍·45) 회장 이다. 레이쥔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테크의 창업자 겸 CEO인 것은 물론 중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의 하나인 킹소프트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 8월 레이쥔의 재산이 41억 달러에 이르러 중국 19위, 세계 375위라고 보도했다.

비상장 사인 샤오미는 지난해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약 10조4180억 원)로 평가 받았다.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의 재산은 75억 달러 (약 7조8135억 원)로 평가돼 중국 부자 순위 10위라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24일 중국의 부자연구소인 후룬 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부자 순위에 따르면 레이쥔의 재산은 390억 위안(약 6조7000억 원)로 중국 5위다. 그가 중국 부자 10위권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샤오미폰의 돌풍 덕분이다.

올해 샤오미의 판매목표는 6000만대이고, 내년에는 1억대다. 이제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레이쥔 회장이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그가 계속 성공을 거둔다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노키아를 추격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것처럼 샤오미도 가까운 장래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이쥔의 야망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는 올해 싱가포르에 거점을 마련하고 이곳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샤오미는 ‘중국의 애플’로, 레이쥔 회장은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을 철저하게 연구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특히 신제품 소개 행사 때 마다 직접 등장해 잡스가 하는 방식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색 청바지와 터틀넥이라는 복장은 물론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식도 흡사하다. 말을 하는 방식, 질문을 받는 방법,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그대로 따라 한다. 잡스를 철저히 모 방해 그를 따라잡겠자는 것이다. 중국 매스컴은 물론 샤오미폰 사용자들도 그를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른다. 지난 2분기 샤오미폰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하면서 레이쥔은 단순하게 스티브 잡스의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의 집념, 추진력, 철저한 시장 분석과 미래에 대한 혜안까지 갖춘 파워 경영인으로 새롭게 평가 받고 있다.

레이쥔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에선 유명한 벤처 기업인이다. 1999~2002년에 걸쳐 중국청년보 등 여러 미디어가 뽑은 ‘중국 IT업 10대 풍운인물’에 올랐다. 2003년에는 중국 베이징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의 우수 경영자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포춘지가 뽑은 ‘비즈니스 룰을 바꾸는 11인 의 개척자’에 중국인으로 유일하게 뽑혔다.

레이쥔은 중국 후 베이성 샨타오시에서 태어나 우한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어디에 취직할까나 고민하던 공대생인 그의 인생을 바꿔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실리콘 밸리의 창업자 이야기를 모아놓은 <파이어 인 더 밸리(Fire In the Valley)>라는 책을 읽고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그는 IT벤처기업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벤처기업을 창업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2년 23세의 나이에 중국 IT업체로 소프트웨어 개발로 유명한 킹 소프트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1994년 베이징에 자회사를 세우고 개발과 영업을 분리했다. 엔지니어와 영업맨의 장점을 각각 발휘해보라는 취지였다. 개발은 남부 광둥성 주하이의 주하이킹소프트가, 영업은 베이징의 베이징 킹 소프트가 각각 맡았다.

킹 소프트는 1996년 첫 게임소프트웨어인 ‘중관춘 계시록’을 발표했으며 이듬해에는 롤플레이 게임인 ‘검협정록’을 내놨다. 이어 사전소프트웨어인 금산사패를 발매하면서 최고 인기 사전으로 떠올랐다.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다. 최근에는 모바일 사전으로 진화해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킹 소프트는 여세를 몰아 윈도즈 95에 대응할 WPS97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발표했다.

그러자 1998년 중국의 거대 컴퓨터 업체인 레노보그룹이 거액을 투자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레이쥔은 입사 6년 만인 1998년 8월 이 회사의 총경리(대표이사)에 올랐으며 2007년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2007년 홍콩증시에 상장해 중견기업으로 완전히 인정받으면서 그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레이쥔은 2011년 7월 킹소프트주식의 10.3%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으며 창업자 겸 회장을 퇴진시키고 자신이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 중관춘에 있는 샤오미 본사. 로고 ‘MI’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의 약자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킹 소프트의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데 있었다. 창업이었다. 그는 2008년 12월 ‘UCWeb’이라는 인터넷 기업의 회장을 맡았다. 모바일 브라우저 제조가 주업으로 중국과 인도에서 모바일 브라우저,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이 업체가 개발해 내놓은 UC브라우저라는 제품은 2014년 3월 현재 사용자가 5억명에 이른다.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65.5%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알리바바와 합작으로 중국 시장에 모바일 전용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션마를 설립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 알리바바 그룹에 흡수됐는데 이 거래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인수합병으로 기록된다. 앞으로 알리바바 그룹의 모바일 관련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킹 소프트의 성공도, UCWeb의 성공도 그의 벤처인생에선 전주곡과 간주곡에 불과했다. 그의 인생의 대전환점은 2010년 4월 6일로 기록된다. 바로 샤오미 테크를 창업한 날이다. 2010년 4월 레이쥔은 구글차이나, 모토롤라 베이징연구센터, 베이징과기대 공업설계학부의 교수, 킹 소프트의 전 대표 등 6명을 끌어들여 샤오미 테크를 창업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돌며 창업 멤버를 모았다. 그는 “태풍의 길목에 서 면 돼지도 날 수 있다”라는 말로 지금이 샤오미를 창업할 기회임을 역설했다.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업체 대표이사 출신인 그가 41세의 나이에 창업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도 IT벤처 창업은 주로 20대 초반에 하는 일이다. 40세가 넘은 나이에 창업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레이쥔은 젊은이처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IT클러스터 중관춘에 둥지를 틀었다. 베이징 북서부 하이디옌 구에 자리한 중관춘은 입주기업 2만여 개. 연간 총 매출 4200 억 달러(약 430조5000억 원), 해외에서 유턴한 창업자만 2만여 명,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3000개, 벤처 투자 규모가 중국 전체 벤처 투자의 3분의 2이 넘는 6조 원 이상인 중국 최대의 벤처 클러스터다.

1980년대 초 전자상가 거리에서 시작한 중관춘은 관련 IT기업이 모여들면서 영역이 갈수록 확장돼 이제는 75 ㎢(약 2269만평) 면적의 거대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세계 1위 PC기업 레노보와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칭화대, 칭화사이언스파크, 베이징대, 창업거리(innoway), 레전드캐피털, 중국 최대 창업 인큐베이터 창신공장 등이 줄지어 입주해있다. 샤오미를 창업한 레이쥔도 여기에 자리 잡았다.

회사 이름 샤오미(小美)는 레이쥔가 제안했다. 좁쌀이라는 뜻의 중국어와 같은 이 이름은 사실 좁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샤오(小)는 ‘한 알의 작은 곡식알이 높은 산만큼 위대하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따왔다고 한다. 비록 완벽함을 갖추지 못하고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만 꿈을 크다는 의미다. 미(米)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과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의 두음을 따왔다고 한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은 미1·미2·미3·미 4·홍미·홍미노트·미패드 등 ‘미(Mi)’시리즈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켜 미션 임파서블을 이뤘다.


전복형 이노베이션 추구

사실 2011년 첫 스마트폰인 Mi1을 출시할 때만 해도 샤오미는 ‘짝퉁 애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애플의 아이폰을 꼭 닮은 디자인에, 운영체제(OS)까지 애플의 iOS를 베껴왔다는 지적이었다. 레이쥔은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레이쥔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샤오미는 애플의 ‘창조적 모방’이라고 강변했다. 레이쥔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샤오미가 아이폰을 베낀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샤오미는 전복(顚覆)형 이노베이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긍정적으로 전복했다. 남이 뭐라 생각하건 내 일을 잘하면 그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샤오미에게 최근 골칫거리가 생겼다. 샤오미의 야심작인 ‘미4’의 짝퉁 제품이 중국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에서 샤오미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군소업체가 카피한 짝퉁 제품은 화면 해상도를 빼고는 디자인은 물론 성능까지 비슷해 정품 여부를 쉽게 알기가 힘든 상황이다. 샤오미는 제품이 정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했다.

전복형 이노베이션으로 성장한 샤오미가 자신의 전략을 그대로 쓰면서 짝퉁을 만드는 군소업자들의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제 한국 시장에서도 한바탕 샤오미 돌풍이 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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