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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사고·언어·정보 담당 부분, 글씨 쓰는 동안 활발한 활동

손 글씨는 단지 손만 움직여 글자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쓰는 동안 머릿속도 복잡하게 움직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뇌인지과학 연구진은 손 글씨에 주목하고 있다. 키보드나 터치패드로 옮겨가면서 인류가 잃어가는 뇌 기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글씨 쓰기와 관련해 뇌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분은 ‘망상 활성계(RAS·Reticular Activating System)’다. 망상 활성계는 각성에 관여하는 신경계다. 이미지와 소리·맛 등의 감각 정보를 대뇌로 전달하는 경로다. 초당 들어오는 200만 비트(휴대전화 벨소리 한 곡 용량)가량의 데이터 가운데 대뇌로 보낼 적절한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자칫 잘못해 파괴되기라도 하면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대 버지니아 베르닝거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어린아이들의 글씨 쓰기 학습을 관찰해 손 글씨 쓰기와 인지 능력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베르닝거 교수는 “펜을 쓰는 아이들은 키보드를 쓰는 아이들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양의, 더 정확한 문장들을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2008년 인지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펜과 종이를 쓸 경우 새로운 철자(외국어)나 그래픽 디자인을 습득하기에 훨씬 좋다는 결과도 나왔다.

베르닝거 교수는 “키보드로 글을 쓸 땐 단지 몇 개의 키를 선택하는 게 전부다.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뇌 운동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인체에는 모두 206개의 뼈가 있는데 이 가운데 54개가 양손에 몰려 있다. 글씨를 쓰려면 이 손가락을 수 차례 움직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뇌 내부의 사고와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 그리고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부분이 더욱 활발하게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글씨를 쓰면서 정보를 외운다는 것이 뇌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손 글씨 쓰기를 통해 ‘뉴로빅스(Neuro bics·뇌의 ‘에어로빅’)’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미 듀크대 의대의 무라리 도레이즈워미 교수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종이에서 컴퓨터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글씨 쓰는 법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손 글씨 쓰기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의 글씨를 통해 신경 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미국에서 ‘글씨 쓰기 열풍’을 주도하는 헨리에트 앤 클로저 박사는 “당신이 자신의 목표를 글씨로 쓰면, 당신의 뇌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계속해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손으로 쓴 메시지가 망상 활성계를 통해 대뇌 피질로 전달되는데, 이때 대뇌 피질은 “깨어나라, 집중하라, 디테일을 놓치지 말아라”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도미니칸 대학의 심리학 연구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직접 글씨로 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3%만큼 더 많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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