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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粒粒辛苦<입립신고>

날씨가 제법 선선한 게 완연한 가을이다. 중국에서는 가을을 흔히 ‘금추(金秋)’라 부른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누렇게 곡식이 익어 가는 황금빛 전답을 떠올리며 ‘황금색 가을’이기에 그렇게 부르나 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오행(五行) 사상에 따라 세상 만물은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때 목(木)은 동방(東方)과 봄철(春季)을, 화(火)는 남방(南方)과 여름철(夏季)을, 금(金)은 서방(西方)과 가을철(秋季)을, 수(水)는 북방(北方)과 겨울철(冬季)을 각각 주관한다. 토(土)는 중앙(中央)을 주관하며 목(木)·화(火)·금(金)·수(水)의 기운을 돕는다. 금추(金秋)는 금(金)이 가을철을 주관한다는 데서 나온 것으로 그냥 가을(秋天)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가을 하면 낙엽이 생각나고, 그러다 보면 ‘나뭇잎 하나 떨어짐에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는 구절이 되뇌어진다. 이 구절은 작은 한 가지 일로도 전체가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낙엽이 지는 데 따라 천하의 가을을 느낀다’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 또한 감칠맛이 있다. 그러나 가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결실의 계절이다. 농부들이 피땀 흘려 거두게 될 수확(收穫)이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입립신고(粒粒辛苦)라는 말이 있다. 쌀 한 톨 한 톨이 모두 농민이 애써 고생해 일군 결과라는 뜻으로, 곡식의 소중함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다소 의미가 확장될 경우 고심해 일이 이뤄지기를 노력한다는 의미 또한 있다.

이는 당(唐)대의 시인으로 민초들의 고달픈 인생을 세속적인 언어로 노래한 이신(李紳)의 작품 ‘민농(憫農)’에 나오는 글귀다. ‘벼를 호미질하여 해가 낮이 되니(鋤禾日當午) 땀이 벼 밑의 흙으로 방울져 떨어진다(汗滴禾下土) 뉘 알리요 상 위의 밥이(誰知盤中飱) 알알이 다 피땀인 것을(粒粒皆辛苦).’

민농은 농부를 딱하게 여긴다는 뜻도 되고, 또 농사일이 힘든 것을 민망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이리 치나 저리 치나 농사의 고됨과 농부의 어려움을 말하기는 매한가지다. 결실의 계절에 그 수확을 위해 애쓴 사람의 노고를 한 번쯤 되돌아볼 때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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